​일본 골프장에 다보탑·팔각정…모국 그리웠던 재일 한국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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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이동훈 기자
입력 2022-09-08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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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나라현 고마 컨트리클럽

  • 신한동해오픈 첫 해외 개최지

고마 컨트리클럽 전경. [사진=신한동해오픈]

일본어 고마(高麗)는 우리말로 고려다. 1980년 고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은 오사카 시내에서 1시간 30분 거리의 나라현에 모국을 그리워하며 고마 컨트리클럽을 세웠다.

이름 만 모국을 생각한 것이 아니다. 골프장 초입부터 모국에 대한 사랑을 담았다.

경주 불국사에 있는 국보 제20호 다보탑과 외형이 같은 모형이 내장객을 맞이한다.

다보탑 하단에는 한국 내 다보탑의 위치와 한국에서 지정한 보물이라는 정보를 영어로 담았다.
 

고마 컨트리클럽을 지키고 있는 다보탑 모형. [사진=이동훈 기자]

다보탑에 대한 정보가 담긴 알림판. [사진=이동훈 기자]

클럽하우스 안 식당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곰탕과 깍두기, 수박 한 조각이 통째로 들어간 냉면, 육개장, 비빔밥, 멸치볶음 등이 반긴다.

주방장은 오키나와 출신 일본인이다. 맛을 내기 위해 2년 동안 한국에서 연수했다.

라운드 중에도 모국에 대한 그리움을 느낄 수 있다. 6번 홀과 14번 홀에 있는 그늘집은 팔각정이다.

6번 홀 팔각정의 한 기둥은 손때가 묻었다. 붉은색 기둥이 하얗게 변했다. 그리움이 밴 흔적이다.

팔각정 근처에는 고마 컨트리클럽을 상징하는 소나무가 있다. 이 명예회장은 소나무를 바라보며 모국을 생각했다.
 

고마 컨트리클럽 6번 홀에 위치한 팔각정. [사진=이동훈 기자]

현재 이 골프장은 60%의 재일 한국인과 40%의 일본인으로 구성됐다.

1993년부터 이 골프장에서 총괄을 맡았던 타이라 코키 씨는 "(이 명예회장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만든 골프장이다. 그래서 골프장의 상징도 무궁화"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일본 사람들도 이곳에 오면 '아 한국의 느낌은 이렇구나'라고 이야기한다. 이 명예회장은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골프장을 방문했다"고 덧붙였다.

일본에서 다방면으로 활동 중인 김애숙 프로는 "(고마 컨트리클럽은) 아주 어린 나이부터 왔었던 골프장이다. 일본에서 한국 후원사의 대회가 열린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고마 컨트리클럽 로비에 비치된 신한동해오픈 우승 재킷. [사진=이동훈 기자]

김 프로의 이야기처럼 현재 이 골프장에서는 신한동해오픈이 열리고 있다. 38년 역사 중 첫 해외 개최다.

1980년 고마 컨트리클럽이 생겨났고, 1981년 신한동해오픈이 시작됐다. 신한은행의 시작은 1982년이다.

대회장 초입에 있는 다보탑을 지나면 수십개의 회사 로고가 보인다.

모두 대회를 위해 머리를 맞댄 사람들 혹은 그들의 2세, 또는 3세가 운영하는 회사다.

이번 개최는 41년 동안 그들이 쌓은 그리움에 대한 해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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