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조계에서 재판 지연 문제가 '심각하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헌법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지만 이 같은 기본권이 침해되고 있는 상황이다. 법원 안팎에서는 재판이 지연되는 원인과 해결 방안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본지는 두 차례에 걸쳐 재판 지연 실태를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 글 싣는 순서
① 1심만 2년 9개월째···"시대는 변하고, 법원은 정체" 판사의 호소
② 법관들이 보는 '대법관 4명 증원' 효과와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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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사법행정자문회의(의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최근 김 대법원장 주재로 제23차 회의를 열고 '상고제도 개선 실무추진 TF 연구‧검토 결과 보고'를 안건으로 채택했다. TF에 따르면 법관 약 69%가 대법관 4명 증원안에 대해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권익 향상" vs "실질적 효과 없어"...'대법관 증원' 온도차
TF가 지난달 15일부터 23일까지 전국 법관 및 직원을 상대로 '대법관 4명 증원' 등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69%(34명)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판사들은 찬성하는 이유로 △국민들의 권익과 사법부 신뢰 향상 △사건의 신속한 심리 등을 꼽았다.또 그동안 판례가 형성되지 않은 새로운 유형의 사건이 등장하고 있고, 이에 관한 연구와 판단을 할 새로운 인력 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법관 증원은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법관 31%(15명)는 대법관 증원안에 대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이들은 실질적인 효과도 없고 오히려 전원합의체 기능만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원합의체 강화라는 목표와 대법관 소수 증원은 모순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상고심사제와 대법관 증원을 중복해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과 대법관 증원으로 소부가 늘어나는 만큼 소부별 판결의 편차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대법원은 대법관 4명 증원과 상고심사제 도입 등을 담은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입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관계자는 "사법행정자문회의는 의장이 대법원장이기 때문에 별도 보고는 없을 예정이며, 후속 조치가 필요 없는 사항은 그대로 추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고법원 설치 필요..대법원 법률심 강화
법관들은 먼저 대법관 증원으로 하나의 소부가 더 생기면 '사건 적체 현상'이 어느 정도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재경 법원 A판사는 "사건 적체가 미제 사건이 많아졌다는 것이라면 어느 정도 해결이 될 것"이라며 "현재 항고심에 적체된 사건들이 많은데, 대법관을 증원하면 확실히 그 부분은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B부장판사는 "사건 자체가 너무 많이 장기화하고 있으니까 어느 정도의 증원은 필요하다"며 "재판을 하다 보면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되기를 기다리면서 하급심 재판을 보류하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대법원에서 사건을 좀 신속히 처리한다면 하급심 판결들도 신속히 처리될 수 있는 간접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더했다.
하지만 판사들에 대한 동기부여가 없다는 점 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재판 지연 문제는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 반응도 상당수다. C판사는 "대법관을 증원한다고 해서 재판 지연이 해결된다거나 판사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동기부여가 없다는 점"이라며 "동기부여가 안 되는데 한 달에 한 건 처리하든 일주일에 세 건 처리하든 차등은 없고 외부 공격만 더 많다"고 토로했다.
D판사는 "정책적으로 해결을 해야지 판사 수 증원 등 더 이상 그렇게 할 수 있는 시대는 아닌 것 같다"며 "노고를 한다면 거기에 대한 인센티브가 부여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대법관 증원으로 해결하는 것은 적합한 방법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은 데다 전 정부에서 임명된 법원 수장이니 만큼 입법 동력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상고심사제를 활성화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상고법원을 설치해 대법원이 보다 더 법률심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성보 전 서울중앙지법원장은 "몇 년을 근무하고 일을 얼마나 잘하고 사건을 더 많이 처리하는 것과 상관 없게 되면서 대법관 되기 전까지는 모든 판사가 다 똑같다"며 "아무런 동기 부여가 없는 것이 제일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판사 숫자 몇 명 늘린다고 해서 재판지연 문제나 재판의 질적인 문제가 해결된다고 안 보인다. 법원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며 "현실적인 대안은 결국 장기적으로 상고법원을 설치하는 것이라고 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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