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과학계에 따르면 기재부는 과기원 예산을 교육부로 편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는 지난 9월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비례대표)을 포함한 의원 14명이 발의한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을 근거로 한다. 법안에는 초·중·고 교육에 배정한 예산 중 일부와 타 부처 사업 예산을 교육부 특별회계로 묶어 대학 지원에 활용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문제는 이를 근거로 기재부가 과기정통부의 과기원 연구운영비 지원용 예산을 교육부 특별회계로 넘기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있다. 기재부는 "과기정통부가 기존에 배정하는 예산보다 교육부 특별회계 규모가 훨씬 큰 만큼 전보다 더 예산을 받을 수도 있다"고 주장하지만 과학계에선 "과기원이 예산을 배정받기 위해 전국 4년제 대학과 경쟁하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과기원은 국가 과학기술 연구 수행과 특성화 인재 육성을 위해 설립된 공공기관으로, 일반 대학과 달리 특별법에 근거해 과기정통부 산하 기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를 토대로 AI, 반도체, 우주, 원자력 등 일반 대학교가 연구하기 힘든 첨단 산업 분야에서 미국·중국 등 주요 연구기관과 대학에 밀리지 않는 성과를 내고 있다.
또, 과기원은 국가 전체 연구개발 역량 향상을 위해 학사보다 과학계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석·박사급 인력 배출에 집중하는 게 특징이다. 삼성전자에서 반도체를 개발하는 석·박사급 인력 25%가 KAIST 출신이다. 고 김정주 넥슨 창업주와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도 KAIST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창업에 나서 국내 IT 산업의 토대를 닦았다.
이런 상황에서 과기원의 예산 편성이 교육부로 이관되면 과기원의 연구 자율성이 크게 침해받고, 과학‧IT‧우주‧원자력 등에서 한국 연구개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령 교육부가 과기원에 많은 예산을 배정하더라도 일반 대학 사이에서 '과기원 특혜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다.
과기원 핵심 관계자는 "예산을 교육부로 편입하면 과기원은 그 존재 의의를 잃고 평범한 4년제 대학교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과기정통부도 "과기원의 독립성을 존중하고 설립 취지가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하에 기재부와 협의하고 있다"며 "과기원 의사에 반해 예산을 신설 중인 고등·평생 교육지원 특별회계로 이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도 지난 7일 과방위 전체 회의에서 "기재부에 과기원과 일반 대학은 같이 갈 수 없다고 말했다"며 "과기정통부도 많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과기원처럼 설립 목적부터 운영 방식까지 일반 대학교와 다른 기관을 특별회계에 끼워 넣으려는 것은 고등교육 재정 수치를 부풀려 많아 보이게 하는 꼼수"라며 "관련 법안은 국회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는데 기재부는 예산부수법안 지정을 기정사실화하며 통과를 밀어붙이려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재부는 실익도 없고 명분도 없는 과기원 특별회계 편입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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