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카오 겨냥한 공정위 M&A 심사 기준, 스타트업 생태계에 혼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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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훈 기자
입력 2022-12-19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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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정위 M&A 심사기준 강화가 스타트업 생태계에 미칠 영향' 토론회

  • "국내 M&A 시장 가뜩이나 작은데…규제 인해 또 다시 위축 우려"

  • "'카카오 먹통 사태', 시장지배력 문제와 무관…공정위 규제 기준 없어"

  • 공정위 "시장 활성화와 소비자 후생 측면 두루 살펴 검토할 것"

19일 국회에서 열린 '공정위 M&A 심사기준 강화가 스타트업 생태계에 미칠 영향'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윤선훈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0월 예고한 기업결합(M&A) 심사 기준과 관련해 국내 스타트업 업계가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바뀌는 심사 기준으로 인해 자칫 네이버·카카오 등이 이끌고 있는 국내 M&A 시장이 더욱 얼어붙어 스타트업의 엑싯(투자금 회수)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다.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공정위 M&A 심사기준 강화가 스타트업 생태계에 미칠 영향' 토론회에서 "우리나라 벤처캐피털 회수 방법 중 M&A 비중은 해외에 비해 매우 적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중소벤처기업부는 M&A 활성화를 위해 다각도로 애쓰고 있다"면서 "이런 가운데 공정위는 플랫폼의 무분별한 사업 확정을 막기 위해 M&A 심사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예고했다"고 언급했다.

최 센터장은 "(공정위의 방침대로) M&A 심사 기준이 강화되면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규제는 최대한 피해야 하지만 동시에 글로벌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니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해외 스타트업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며 "엑싯 기회가 줄어들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국내 스타트업일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들을 받아줄 수 있는 기업을 위한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스타트업들이 그 동안 쌓아왔던 기술이나 비즈니스, 우수한 인재 등 수많은 자원들이 하루아침에 사장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10월 '기업결합 심사 기준' 강화를 예고했다. 플랫폼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차단하자는 취지로, '카카오 먹통 사태'로 인해 독과점 플랫폼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강해지면서 공정위가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과 함께 꺼내든 카드다. 공정위는 이번 기준 변경으로 경쟁제한 우려가 없는 M&A에 대해서는 간이신고를 통해 신속히 심사·승인하겠다고 밝혔지만 반대로 플랫폼 기업에 대한 M&A는 앞으로 간이심사가 아닌 일반심사로 전환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심사 기준 개정으로 신속한 M&A가 위축되고 M&A 심사를 더욱 까다롭게 진행하면서 결과적으로 전체적인 M&A 시장이 위축될 것을 우려한다. 특히 전체 스타트업 대비 기업공개(IPO)에 이르는 기업 수가 극히 적다는 점을 들어, 원활한 엑싯을 위해서는 M&A를 오히려 더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은 "IPO 비중이 극히 적음에도 M&A보다는 IPO 활성화에 대해 오히려 더 신경을 많이 쓰고, M&A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학계에 있는 입장에서는 놀랍다"라고 꼬집었다.

스타트업 관계자도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삼쩜삼'을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의 김범섭 대표는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M&A가 승인되지 않을 경우, 내부 역량으로는 성장 한계가 있는 유망한 스타트업들이 출구 전략을 펼치지 못하고 폐업할 수도 있다"라며 "공정위가 M&A 심사 기준을 강화하더라도 그 대상이 '대기업이 승자독식을 통해 스타트업들을 모두 사장시키고 독과점 시장을 형성할 수 있는 경우'로 제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자비스앤빌런즈도 '스무디'와 '하우머치' 등 두 차례 스타트업 M&A를 통해 스타트업 간 시너지 효과를 가져왔다는 점을 예로 들며 M&A 시장 활성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사실 M&A를 할 수 있는 대상이 네이버, 카카오 등 정말 몇 군데 안 된다"라며 "스타트업이 늘고 투자도 늘면서 좋은 서비스들이 많이 생겼는데 그런 측면에서 (M&A를) 균형된 시각에서 바라봤으면 한다"라고 언급했다.

'카카오 먹통 사태'로 인해 플랫폼 규제론이 급부상한 국면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실제 공정위가 기업결합 심사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시기는 지난 10월 15일 '먹통 사태'가 벌어진 후 불과 며칠 뒤다. 

주진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 정권은 플랫폼 자율규제를 주창했으나 카카오 화재 사건을 이용해 갑자기 강력 규제로 선회했다"라며 "하지만 카카오 화재 사건은 경쟁법상 독과점 또는 시장지배력 문제와 무관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정위의 플랫폼 규제론은 객관적인 근거가 없다"라며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빅테크 플랫폼을 규제하지만 단지 '거대 플랫폼'이기 때문에 규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주 교수는 미국 제약산업에서 사용되던 '킬러인수'론이 2020년부터는 대형 플랫폼 분야로 확장됐다고 짚었다. 킬러인수란 피인수 기업의 혁신상품 개발과 미래의 경쟁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해당 기업을 인수한 후 제품 개발·판매를 중단하는 전략을 말한다. 주 교수는 이러한 '킬러인수'가 한국 시장과는 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공정위가 이를 추종하며 결과적으로 플랫폼 규제가 강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독점규제법상 기업결합 규제 조항 자체가 이미 모호한 상황에서 다시 규제 권한이 강화되면 국내 플랫폼 산업에 해가 될 것이며 스타트업 생태계도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공정위는 업계의 우려가 과도한 측면이 있지만, 산업 진흥과 소비자 후생 증진 차원에서 균형 있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신용희 공정위 기업결합과장은 "과거 전통산업에 맞게 만든 기업결합 심사 기준의 판단 요소가 플랫폼 사업과는 맞지 않기에 이에 맞는 판단 요소를 보완하자는 의미"라며 "일반심사라고 해서 모든 심사가 다 길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 자체로 기업결합 심사의 불허로 이어지지도 않는다"라고 말했다.

신 과장은 "과거 카카오가 스크린골프 시장에 진출하면서 시장 1위 사업자와의 경쟁을 촉진하거나, 네이버가 웨어러블 기기를 하는 벤처기업을 인수해서 AI 스피커 시장을 전체적으로 키우는 등 기업결합으로 인해 새로운 초기 시장의 창출 사례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다만 거대 플랫폼이 여러 사업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핵심 플랫폼 영역에서의 소비자 데이터를 이용해 지배력을 전이하거나, 그 과정에서 중소 사업자를 플랫폼에 종속시키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양쪽의 시각을 두루 살피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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