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코인 사건' 이정훈 '무죄'...코인 투자 사전·사후 보호 장치 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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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소희 수습기자
입력 2023-01-04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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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상자산 규제 규정 없어

빗썸 가상화폐거래소[사진=연합뉴스]


빗썸(BXA) 코인을 거래소에 상장한다고 속이고 계약금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 이사회 의장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향후 가장자산 관련 소송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다른 금융투자상품과 달리 코인 투자자에 대한 보호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강규태)는 전날 이 전 의장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비록 BXA코인이 상장되지 않았으나 이 전 의장의 의사와는 무관하다고 판단했다.
 
法 "코인 상장 실패-이정훈 연관성 없어···기망 아냐"
  
이 전 의장은 2018년 10월 BXA코인을 발행해 빗썸에 상장하겠다며 김병건 BK그룹 회장에게 빗썸 인수를 제안하고 계약금 명목으로 약 1120억원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의장은 BXA코인을 상장해 번 돈으로 빗썸 지분을 인수하면 김 회장이 빗썸 경영자·대주주가 될 수 있다고 제안하면서 계약금 약 1억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1120억원)을 받았다. 그러나 BXA코인 상장은 무산됐고 김 회장의 빗썸 인수도 어려워졌다.
 
BXA 상장을 전제로 코인 미래 가치를 평가했던 투자자들은 이 전 회장 등을 고소했다. 투자자들은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이 전 의장이 빗썸이 BXA 코인을 발행한 것처럼 홍보했다며 사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전날 재판정을 채운 방청객 수십 명은 무죄 판결에 항의하며 고성을 지르다 퇴정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코인이 상장되지 않은 원인이 이 전 의장 의사나 능력과 무관하다고 봤다. 이 전 의장이 기망을 저지른 사실도 인정하지 않았다. 이 전 의장과 김 회장이 체결한 계약서상에 BXA코인 판매 수익을 빗썸 인수대금으로 충당한다는 확약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확약 사실이 없기 때문에 기망도 아니라고 본 것이다.
 
가상자산 규제 근거 조항 없어···코인 투자자 구제 절차도 부족
 
코인 투자로 사기죄 유죄가 성립되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주식과 달리 가상자산은 규제 근거 조항이 따로 없어 형법상 ‘사기’가 근거 조항이 되기 때문이다. 해당 사건에서 재판부도 이 전 의장이 김 회장을 ‘기망’했다는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죄 판결을 내렸다.
 
주식 등 금융투자상품에 대해서는 자본시장법 제178조에서 여러 유형의 주식 사기를 처벌할 수 있도록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분쟁조정위원회 등 소송을 거치지 않는 구제 절차도 있다. 그러나 가상자산에는 이 같은 규정이 없어 신속한 투자자 구제 절차가 부족한 상황이다.

결국 형사소송에서는 수사기관이, 민사소송에서는 투자자 개인이 구체적으로 어떤 기망을 당했는지 입증해내야 한다. 정수호 법무법인 르네상스 대표변호사는 "피해자가 직접 근거를 수집하기 어렵다. 수사기관의 노력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비상장 코인 투자 보호책 사실상 전무···유럽 ‘가상자산 공시제도’ 참고해야
국내에서는 가장자산공개(ICO)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에서 우회 상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비장상 코인 투자자 보호 방법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전 의장은 계약 당시 ICO가 금지된 국내가 아닌 싱가포르 거래소에 BXA코인을 상장해 자금을 조달하고 거래소 간 연합체를 결성하는 'BB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명목을 내세우기도 했다.

시세 조종 등 가상자산 불공정 거래 행위를 규제하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그러나 거래소 자율 규제에 맡기는 방식이어서 ICO에 대한 안전망은 사실상 전무하다. 최재윤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는 “가상자산 사업자가 제공한 백서나 로드맵이 있더라도 개인투자자가 비상장 가상자산 가치를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ICO 투자자 보호를 위해 증권 공시 제도를 가상자산에 도입한 유럽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관련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해 정보 격차를 최소화하자는 취지다. 권오훈 차앤권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발행 전문 기관을 만들어 거래소 등 신뢰가 있는 기관이 발행을 대행하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며 “ICO 자체가 아직 개발이 끝나지 않은 상황을 전제로 해 사전 방지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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