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 26일부터 31일까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6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이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 보고는 지난달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이뤄졌다. 이번 김 위원장 보고에는 "현 상황에서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가 국권수호, 국익사수를 위하여 철저히 견지해야 할 대외사업원칙과 대적투쟁방향"이 담겼다.
또 "남조선괴뢰들이 의심할 바 없는 우리의 명백한 적으로 다가선 현 상황은 전술핵무기 다량생산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부각시켜주고 나라의 핵탄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일 것을 요구"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김 위원장은 "우리 핵무력은 전쟁억제와 평화안정 수호를 제1의 임무로 간주하지만 억제 실패시 제2의 사명도 결행하게 될 것"이라며 "제2의 사명은 분명 방어가 아닌 다른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김 위원장이 직접 한국을 '대적'이라고 표현하고 전술핵무기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겠다고 언급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한국을 대상으로 한 적대 메시지에 상당 부분 무게가 실렸다고 분석했다. 통상 전원회의에서 대남정책을 다루지 않던 북한이 한국을 '대남'도 아닌 '대적'이라고 규정한 데다, '전술핵 다량생산'을 천명해 대남 대적 행동의 구체적 실행 방안까지 제시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과거 북한 전원회의에서는 미국에 대한 직접 투쟁 방향이 강조됐다면 이번에는 미국보다 우리 측을 겨냥한 공세에 초점이 있다"며 "북한이 초대형방사포 30문 증정식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4발을 발사한 대목은 말을 넘어 행동까지 보여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평가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기존에 쓰던 '대남'은 중립적 용어지만 '대적은 한국을 적으로 규정하는 의미로, 한국이 북한을 '주적'으로 표기하는 데 상응하는 방식으로 보인다"며 "기존 전술핵 개발과 실전화, 전국 배치 등 전술핵을 전면화하며 그 이유를 '남조선 대응'으로 명시했다"고 짚었다.
북한의 대남 공세가 예고된 상황에서 한반도 긴장 관리의 또 다른 열쇠는 한국 정부 대응에 달렸다는 당부도 나왔다. 양 교수는 "정상국가에서 군 통수권자는 고뇌에 찬 결단을 하기 마련"이라며 "이런 절제된 메시지의 핵심은 '억제'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실장은 "북한 엄포에 한국이 수세적으로만 대처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도발에 맞설 능력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차원의 대처도 일정 부분 필요할 시점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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