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가 국회와 정부를 향해 현장과 맞지 않는 주52시간제의 근본적 개선을 요구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9일 국회에서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과 공동으로 ‘근로시간 제도개편 촉구 기자회견 및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는 30인 미만 사업장 대상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가 지난해 12월 31일로 일몰됨에 따라 후속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해당 제도는 주52시간제 적용 부담을 덜기 위해 30인 미만 사업장에 한해 주 8시간의 추가 근로(주당 최대 60시간)를 지난해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한 것이다. 정부는 제도를 2년 연장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여야의 입장 차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결국 무산됐다.
이에 따라 이달부터 주당 60시간 근로제를 운영하는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위반 상태에 놓이게 됐다. 단 고용노동부는 현장 혼란을 막기 위해 3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처벌을 면하도록 1년간 계도 기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는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아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 입장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중기중앙회를 비롯해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한국여성벤처기업협회, 소상공인연합회, 벤처기업협회 등 중소벤처기업·소상공인 단체들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공동 호소문을 통해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가 사라지면서 수많은 영세사업장은 근로시간 제약에 막혀 일감을 포기하게 됐다”며 “최악의 경우 사업을 접어야 할 위기에 처했다”고 하소연했다.
업계 대표 및 근로자들은 이어진 토론회에서도 현장 애로를 토로했다. 구경주 이플러스마트 대표는 “인력 수급이 어렵고 여유가 없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8시간 추가연장근로라도 있어야 부족한 인력을 조금이라도 보충하고, 근로자 역시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연장근로 단위기간을 주(週)에서 월(月)이나 분기 단위로 확대하는 방안을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보고 있다. 기본근로 40시간에 주당 최대 연장근로를 12시간까지 허용하는 현행 주52시간제는 일감이 몰릴 때 집중적으로 대응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도 이 같은 방안에 힘을 싣고 있다.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연장근로 단위 확대는 유연성 확보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근로자 건강권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연장근로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여당도 주52시간제 개편 의지를 다지고 있다. 고용부는 연장근로 단위기간 확대를 골자로 한 근로시간제 개편안을 상반기 중 입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한무경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윤석열 정부 전문가 자문 기구인) 미래노동시간연구회가 정부에 제출한 노동시장 개혁과제에도 근로시간을 유연화하는 방안이 포함된 만큼, 현장에 맞는 근로시간 운영방안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일몰로 업계 우려가 큰 만큼 국회는 추가입법이라도 해서 다시 적용하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연장근로시간의 관리 단위를 연 단위까지 확대하는 등 유연하고 합리적인 근로시간 제도 마련을 위해 고용부, 국회 등과 긴밀하게 협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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