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시장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경고를 흘러 듣는 모습이다. 연준 당국자들이 잇달아 추가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시장에는 긴축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기대감이 가득하다.
10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인플레이션(물가인상)과 싸우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필수라고 밝혔다. 그는 스웨덴 중앙은행 주최 심포지엄에 참석해 "인플레이션이 높을 때 물가 안정을 회복하려면, 금리 인상으로 인해 경기가 둔화하는 것과 같이 단기적으로 인기가 없는 조치가 요구될 수 있다"고도 말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은 정치적 압박 혹은 대중의 비판에 직면하더라도 인기 없는 현재의 통화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지난해 11월 셰러드 브라운 미 오하이오주 민주당 상원의원은 FOMC를 일주일 가량 앞두고 파월 의장에게 “과도한 통화 긴축이 불러올 잠재적 실업은 노동자 계급의 문제를 더 악화시킬 뿐”이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사실상 금리인상을 비판한 것으로 당시 외신들은 파월 의장의 긴축이 정치적 압박을 받고 있다고 했다.
파월 의장 외에도 미셸 보우만 연준 이사,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등 연준 고위 당국자들은 최근 한 목소리로 추가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금리인상은 끝나지 않았다”는 연준의 경고는 시장의 낙관론을 잠재우지 못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나스닥 지수가 1.01% 상승하는 등 3일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나스닥 지수가 3일 연속 상승한 것은 11월 이후 처음으로, 시장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완화에 베팅하고 있는 모양새다.
투자자들은 12일 발표될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기다리고 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들의 12월 CPI 전망치는 전년 동월 대비 6.5% 상승으로, 이 경우 2021년 10월(6.2%) 이후 14개월 만에 최저치다.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으니 연준이 베이비스텝(한 번에 0.2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이라고 투자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의 금리 인상률 전망에 따르면 연준이 2월 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오른 4.5~4.75%로 결정할 가능성은 79.2%에 달한다.
글로벌 금융시장 큰 손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서 기준금리를 6%까지 인상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다이먼 CEO는 연준이 금리를 5%까지 올린 뒤 누적된 긴축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인상을 일시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다이먼 CEO는 “인플레이션은 사람들의 예상처럼 내려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조금은 떨어질 것이다”면서 연준이 올해 4분기에 재차 금리인상을 시작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5%? 내 생각에는 6%일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블랙록, 피델리티, 카미냑 등 세계 주요 자산운용사들도 시장이 연준의 인플레이션 억제 의지를 1년 전처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계 자산운용사 카미냑의 프레드릭 레룩스(Frederic Leroux)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하다”며 시장의 큰 오류는 인플레이션이 내년에 2.5%까지 떨어질 것이란 기대라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그는 세계 경제가 에너지 쇼크로 미국 인플레이션이 치솟았던 1966~1980년의 경제 사이클에 진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레룩스는 “이전과는 매우 다른 환경에서 살아야 한다”며 “언젠가는 시장이 더 많은 금리인상이 이뤄질 것이란 점을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랙록의 애널리스트들은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서 연준이 금리인하로 선회할 가능성이 없다고 봤다. 대신 경기둔화에 따른 고통으로 인해서 연준이 금리인상 규모를 줄일 것으로 예상했다. 피델리티의 주리엔 티머 이사는 연준이 중앙은행의 목표치인 2%까지 물가상승률을 낮추길 원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시장의 주요 위험 요소라고 했다.
반면 억만장자 투자자인 폴 튜더 존스는 경제가 무너지기 전에 연준이 금리인상을 중단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올해 주식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봤다. 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미국 주식 시장이 7~8%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 네덜란드 대표 자산운용사 로베코(Robeco)는 2023년이 금리, 달러 및 인플레이션의 정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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