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보금자리론 흥행할까] '4% 후반대' 예상보다 높은 금리…은행권에 국한된 취급 채널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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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현·박성준 기자
입력 2023-01-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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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년 만기, 연 5% 금리로 빌릴 경우 매월 241만원 부담

  • 2금융권 취급기관 삼성생명, 현대캐피탈 2곳 유력시

  • "정부 대출금리 인하 등 시장개입, 정책상품 경쟁력 떨어뜨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단지[사진=연합뉴스]


"별다른 소득 요건을 보지 않는다는 게 파격적이긴 하나, 4% 후반대의 금리는 크게 매력적이지 않은 것 같아요. 최근에 금리도 내려간다고 하고, 집값도 떨어지는데 매달 수백만원에 달하는 이자를 내는 게 맞는지 고민이 됩니다." (서울 거주 30대 직장인 정모씨)

집값 9억원까지 소득 요건 제한 없이 최대 5억원을 빌릴 수 있는 한정판 정책모기지 특례보금자리론이 오는 30일 출시된다. 하지만 서민들에겐 예년 금리보다 높은 4% 후반대 금리가 부담스럽다. 특히 금융당국 압박으로 최근 시중 금리가 내려가면서 정책금융 상품의 금리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오는 26일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최대 1.05%포인트 내린다. 국민은행은 지난 16일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하락한 뒤 이를 반영해 대출금리를 낮췄는데, 추가로 금리를 더 내린다는 것이다. NH농협은행도 20일부터 주담대 변동금리를 0.8%포인트 인하할 계획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는 지난 17일부터 아파트담보대출을 0.34%포인트 인하했다. 우리은행도 우대금리 확대를 통해 사실상 금리인하 효과를 볼 수 있게 조치했다.

시중은행이 금리 인하를 줄줄이 단행하자 서민들의 이자 부담 경감을 위해 출시된 특례보금자리론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소득 요건의 제한을 두지 않아 다른 대출 상품과는 다르게 대출 여력이 확대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기존 정책 금융에서 혜택을 볼 수 없었던 고소득자들과 6억원 이상 9억원 이하 아파트를 노렸던 이들에게 관심이 높다. 주택가격이 6억원을 초과하거나 부부 소득이 1억원을 넘는 경우 금리는 4.75~5.05% 수준으로 적용된다.

특례보금자리론이 제공하는 금리는 실제 주담대 변동금리 상품과 격차가 그렇게 크지 않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4.69~7.36%로, 하단의 특례보금자리론과 금리차는 0.04%포인트다. 고정형의 경우 최저 금리가 연 4%대 초반까지 내려간다. 물론 최하단 금리 수준은 사실상 리스크가 없는 차주들에게 나오는 조건이고, 실제 차주들의 평균 금리는 5% 초반대로 평가된다. 하지만, 시중은행에서 조달하는 시장금리가 하향 안정화되는 추세라는 점을 보면, 가계 대출금리는 앞으로 더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특례보금자리론이 제공하는 우대금리를 통한 3% 후반대 금리를 받기 위한 조건은 까다롭다. △저소득층 △한부모·장애인·다문화·다자녀 가구 △신혼부부 △저소득청년 등 우대금리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지만, 실제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차주는 많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또한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어 무주택 실수요자의 수요도 당분간 예상을 밑돌 수 있다.

금리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해도 실제 차주들이 체감할 금리 부담은 상당하다. 최대 한도(5억원)를 일반형인 40년 만기, 연 5%의 금리로 빌릴 경우 매월 241만원, 연간 2892만원을 갚아야 한다. 
 

[사진=금융위원회]


◆ 은행권에 국한된 취급 채널…지원 물량 한정적일 듯

특례보금자리론의 취급 금융기관이 사실상 은행권에 국한될 가능성이 큰 점도 흥행을 가로막는 이유로 꼽힌다. 주택금융공사는 기존 보금자리론을 운영 중인 금융사를 대상으로 특례보금자리론을 운영한다는 방침인데, 현재 보금자리론을 취급하는 금융사는 대부분 은행권이다. 제2금융권에서는 삼성생명과 현대캐피탈이 특례보금자리론 취급 금융사로 유력시 되고 있다. 

주금공 관계자는 "대출정책상품을 내놓으면 통상 주금공이 관련 상품을 운영할 금융사들을 모집하는 과정을 거친다"며 "최근까지 기존 보금자리론을 운영하는 금융사 외 특례보금자리론 운영을 논의하는 금융사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30일 상품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 기존 보금자리론을 운영하지 않던 완전히 새로운 금융사가 취급사로 들어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전산개발 등 관련 상품을 운영하는 작업 등에 시간이 걸려 특례보금자리론을 취급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 

주금공 측은 현재 보금자리론 운영 협약이 되어 있는 곳은 5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이 대부분이며, 2금융권의 경우 삼성생명, 현대캐피탈만이 관련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보금자리론은 주택가격이 6억원 이하 주택 대상이며, 7000만원 이하의 소득 제한이 있다. 한도는 최대 3억6000억원 이내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으며, 금리는 4.75~5.05%다. 

주금공은 취급 채널을 넗히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금융권 역시 2금융권의 추가 취급 가능성을 낮게 바라보는 분위기다. 실제 주금공 관계자는 "고객 입장에서 특례보금자리론 가입 시 원리금이 빠져나가는데, 통상 본인 주거래 은행을 선택하는 경향이 커, 보험사 등 2금융권으로 창구를 늘리는 것 자체가 고객들에게 효력이 크지 않다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적격대출의 경우 가입자가 직접 운영사 창구로 찾아가 상담도 하고, 심사가 해당 금융기관에서 직접 이뤄져 채널을 넓히는 것이 의미가 있지만, 특례보금자리론의 경우에는 주금공이 상담 및 심사를 하고, 취급사들은 약정서 작성 및 자금을 지원해 주는 역할만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선 취급기관이 제한적일수록 수요 물량 역시 한정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례보금자리론은 대출 초기 금융사가 관련 자금을 지원해주고, 주금공이 대출 채권을 해당 금융사로부터 추후 양수해오는 구조로 운영될 예정이다. 양수 후에는 해당 대출 채권은 주금공의 자산이 된다. 주금공의 양수 전까지는 금융사가 원리금을 수납받아 관련 자금을 수취하며, 양수 이후에는 원리금 수납을 주금공이 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특례보금자리론은 사업 초기 금융사들이 관련 자금을 부담하기 때문에 취급 금융사를 많이 모집할수록 취급 물량 역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전문가들 "정책 금융, 금리 이점 살릴 수 있느냐가 관건"

전문가들은 정책금융 상품을 출시할 때, 금리 메리트(이점)에 대한 부분을 심도있게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당국의 시장 개입에 서민금융 정책상품의 금리 매력도가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정책 금융 상품의 경우 여러 제한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금리 메리트를 살리는 것이 관건"이라며 "이달 출시 예정인 특례보금자리론의 실효성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도 금리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조 교수는 "최근 당국이 대출금리를 내리라고 압박하면서,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에도 시중은행의 예금금리 및 대출금리는 낮아지고 있다. 통상 기준금리가 오르면 양 금리가 모두 올라야 하지만 정부의 시장 개입에 금리 방향이 기형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최근 일반 은행권 주담대 금리 하단이 5%까지 내려온 상황 속에서 정부의 개입이 지속된다면 굳이 정책금융 상품을 이용해야 하는 이유 역시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 교수는 "당장의 특례보금자리론만으로 부동산 시장 상황을 반전시키기 어려워 보인다"며 "여전히 금리 부담을 안고 있는 차주들이 많기 때문에 이들에게 실제적으로 도움이 갈 수 있게 유동적으로 금리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책금융 상품을 내놓는 시기가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 교수는 "여전히 집값이 높게 책정돼 있는 상황에서 예년보다 월등히 높은 이자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상품이 너무 빠르게 출시된 감이 없지 않다. 수년간 급등한 집값이 최근 조정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 집값이 좀 더 떨어진 뒤에 발표했다면 특례보금자리론을 찾는 이들도 더욱 많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 교수도 "과거 이명박 정부 때처럼 수년 소강 상태를 보인 뒤 집값이 다시 올라간다고 하면 괜찮을 것 같다"면서 "하지만 그간의 급등세를 고려하면 아직 조정 기간이 길지 않았음에도, 정부가 너무 급하게 정책을 내놓은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파격적으로 대출 문턱을 낮췄다는 점에서 더 큰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안 교수는 "부동산은 굉장히 특수한 상품이며, 시장을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며 "난로에 불이 꺼졌다고 해서 다시 불을 붙이려고 할 때 너무 큰 불이 붙어 되레 장작이 다 타 버릴 수도 있다. 생애최초 구입자를 위한 것이라든지, 차환·대환을 필요로 하는 차주들을 위한 것이라든지 정밀하게 정책 모기지 대상을 정하고, 이후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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