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 늘어나고 경기둔화, 물가·금리 상승 등 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악화하면서 향후 기업 구조조정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6일 ‘기업구조조정 수요 증가 가능성에 대한 대비 필요성’ 보고서를 통해 "효율적인 워크아웃을 추진하기 위해 제도적 환경과 구조조정 자금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하는 기업 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채권은행의 정기신용위험평가' 결과 부실징후기업에 해당하는 C·D등급을 받은 기업은 총 185개로 전년보다 25개 늘었다. 부실징후기업은 워크아웃 또는 기업회생절차를 통한 구조조정을 시행하는 게 원칙이다. 이자보상배율이 최근 3년 연속 1 미만인 한계기업에 해당하는 ‘세부평가 대상’도 같은 기간 3373개에서 3588개로 215개 늘었다.
보고서는 경기둔화와 물가·금리 상승 국면에서 수익성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기업은 이자 상환이 어려워져 향후 기업 구조조정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기업들의 영업환경이 상당부분 악화됐지만 한시적인 정부의 유동성 공급과 저금리 기조로 버텼던 기업들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원 측은 이 같은 구조조정 기업 경영정상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워크아웃 추진을 위한 제도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특히 오는 10월 일몰 시한이 도래하는 ‘기업구조조정 촉진법(기촉법)’의 재입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구 선임연구위원은 “재입법 과정에서 신속한 기업구조조정 추진, 신규 자금 지원 등이 보다 원활히 이뤄지도록 해 기업회생절차와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 밖에도 은행권을 중심으로 자율적인 구조조정 자금을 조성해 기업 워크아웃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부실징후기업으로 선정된 뒤에도 관련 절차를 신청하지 않는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원칙적으로 워크아웃을 3년 이내에 종료하도록 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금융채권자협의회에서 워크아웃을 3년 이상 장기로 추진하고자 하는 경우 현행 기촉법 규정을 강화해 신규자금 지원, 출자전환 등 더 강력한 채무조정 수단을 포함해 워크아웃을 추진하도록 하는 방안이 고려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편, 일각에서는 은행권을 중심으로 자율적으로 구조조정 자금을 조성해 워크아웃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은행 수익성이 양호할 때 워크아웃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게 은행 건전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또 구조조정 수요가 급증할 우려가 있는 업종에 대해 선제적으로 채권은행 정기 신용위험평가 외 수시평가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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