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낭기의 관점] 민주당, 조선시대 사림파를 반면교사 삼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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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낭기 논설고문
입력 2023-06-11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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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욱일기 입항엔 "국민 자존심 짓밟아" 미 의회 영어 연설엔 "사대주의자"

  • ·민생 뒷전·사사건건 헐뜯기 '닮은 꼴'…실사구시로 정부 견제 아쉬워

 

회의 참석하는 민주당 지도부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9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 이재명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가 참석하고 있다.





요즘 더불어민주당 사람들이 정부 여당을 공격하는 모습을 보면 꼭 조선시대 유학자 정치세력인 사림파(士林派)가 당쟁을 할 때의 행태와 비슷하다. 나라 일을 당파적 입장에서만 보고, 본질을 따지기보다 지엽말단을 갖고 나라가 망하기라도 하듯 공세를 편다. 정책 논쟁을 벌이기보다 인신공격에 치중하고, 현실을 고려하기보다 명분을 앞세워 상대를 공격한다. 사림파는 민생과는 거리가 먼 당쟁으로 지고 샜다. 조선 사회를 속으로부터 멍들게 했다. 민주당이 그런 사림파를 따라 하고 있다.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이 한국 주최 다국적 훈련에 참가하려고 지난달 29일  부산에 입항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그 배에 욱일기(旭日旗)가 내걸려 있다며 “윤석열 정부가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았다”고 했다. 군함이 외국에 입항할 때 자국 국기와 군기를 다는 것은 국제사회 관례다. 과거 일본과 싸운 미국이나 일본에 침략당한 중국은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국제 사회의 관례를 인정하고 존중했기 때문이다. 일본 함정이 욱일기를 달고 한국에 입항한 게 처음도 아니다. 1998년 김대중 정부 때와 2008년 이명박 정부 때도 해상자위대 함정이 한국 해군이 주최한 국제관함식에 욱일기를 달고 참여했다.

 

국제법적으로도 해군 함정은 치외법권 지역으로 인정된다. 해군 함정이 외국 영해에 들어가면 그 나라 국내법을 적용받는 게 아니라 함정이 소속된 나라의 법을 적용받는다. 일본 국내법은 자위함기 게양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처럼 욱일기를 단 일본 함정이 부산항에 입항한 것은 국제관례로나 국제법으로나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국민 자존심’ 운운하며 윤석열 정부를 공격했다. 반일 감정 자극으로 지지층을 결속해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당파적 계산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국가 안보조차 당파적 이익 따져
 

민주당은 지난해 10월 실시된 한·미·일 대잠수함  훈련에 대해서도 “우리 군의 무엇이 모자라서 일본군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말이냐”고 공세를 폈다. “윤석열 정부가  굴욕 외교도 부족해 독도 근해에 자위대를 불러들였다”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극단적 친일 행위로 대일 굴욕 외교에 이은 극단적 친일 국방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한·미·일 대잠수함 훈련의 본질은 북한의 잠수함 공격으로부터 우리 안보를 지키기 위해 한국과 미국은 물론이고 일본까지 참여하는 3국 군사 훈련이 필요하냐 아니냐이다. 민주당은 이 훈련이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면 3국 훈련 자체를 중단하라고 주장해야 한다. 아니면 당당하게 일본은 참여시키지 말라고 해야 한다. 대신 합리적 근거와 논리를 대야 한다. 그게 본질에 충실한 주장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이 같은 본질 문제는 외면한 채 ‘독도 근해에 자위대’ ‘극단적 친일 국방’이라는 감정적 비난만 하고 있다.  ‘독도 근해에 자위대’라고 했지만 실제 한·미·일 대잠 훈련은 독도보다 일본에 더 가까운 공해상에서 실시됐다. 본질을 외면한 것도 모자라 사실과 다른 주장까지 하고 있다. 반일 감정에 기대 당파적 이익을 얻으려는 속셈 외에  설명할 길이 없다. 국가 안보조차 당파적 이익에서 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미국을 방문해 의회에서 영어로 연설한 것을 두고 민주당 어떤 의원은  "한국 대통령이 우리말로 연설을 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대주의자"라고 비난했다. 미국에서 영어로 연설한 한국 대통령이 윤 대통령만이 아니다. 김대중 대통령도 그랬다. 다른 나라 정상도 미국 의회에서 자기 나라 말이 아닌 영어로 연설한 사례가 많다. 한국 대통령이니 우리말로 연설해야 한다는 주장은 시대착오적 명분론이자 우물 안 개구리식 주장일 뿐이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작년 9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 대통령 참모들에게 ‘ 바이든 쪽팔려’라고 했다는 말을 두고 ‘외교 참사’ 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바이든 쪽팔려’라고 한 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아직도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설사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공식 석상에서 한 게 아니고 자기 참모들에게 사적으로 한 발언이다. 그게 ‘외교 참사’라고 할 만큼 그리 중대한 문제인가. 기껏해야 가볍게 한번 짚고 넘어갈 지엽말단의 가십성 소재에 불과하다. 


본질 외면하고 지엽말단 침소봉대해 공격
 

그런데도 민주당은 무슨 난리가 난 듯 침소봉대해서 공격했다.  오히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측이 한국 측 설명을 듣고는 ‘잘 알겠으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당사자인 미국이 아무런 문제를 삼지 않는데 한국의 제1야당이 지엽말단 가십거리를 갖고 윤 대통령을 코너에 몰아넣으려고 문제 삼은 것이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작년 11월 캄보디아 방문 때 정상 배우자들의 앙코르와트 방문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고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환자의 집을 방문해 어린이들과 사진을 찍었다. 민주당은 이를 두고  ‘외교 결례’라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빈곤 포르노 화보 촬영’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 의원은 ‘김 여사가 사진 촬영 당시 2~3개 조명까지 설치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러자 주한 캄보디아 대사가 직접 나서서 반박했다. 그는 “지나치게 정치화하고 있다”며 “우리는 몸이 불편한 어린이들에 대한 김 여사의 지원에 매우 감사하고 있다. 김 여사의 친절함을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캄보디아 문화 경험 기회를 제공하는 ‘정상 배우자 프로그램’에 참석하는 게 의무는 아니다”라고 했다. 실제로 조현동 외교부차관은 국회에서 “당시 각국 정상과 국제기구 수장 배우자 11명 중 프로그램에 참여한 배우자는 다섯 분이고, 여섯 분은 각자 별도 일정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김 여사가 정상 배우자들의 공식 프로그램에  참석하지 않은 게 외교 결례도 아니고 외교 참사는 더욱 아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정확한 사실도 파악하지 않은 채 무슨 큰 외교 실수라도 저지른 듯 공세를 폈다. 상대방을 공격할 수 있는 소재라면  사실 여부는 따지지도 않는다. ‘빈곤 포르노 화보 촬영’이라는 인신 공격성 주장도 서슴지 않는다. ‘조명 시설 설치’ 는 설사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문제 삼을 거리가 되지 않는 지엽말단적 일이다. 

 

민주당의 이 같은 당파적 이익을 위한 헐뜯기식 공세는 조선시대 사림파가 즐겨 하던 행동이다. 사림파는 조정의 권력을 장악하려고 이리저리 갈려 싸우는 사색당쟁을 벌였다. 동인이니 서인이니, 남인이니 북인이니, 노론이니 소론이니 하는 당파로 갈려 권력투쟁을 벌였다. 나라가 나아갈 방향이나 민생을 구제할 정책을 놓고 논쟁한 게 아니다. 그저 경쟁 세력을 누르고 권력을 쥐기 위해 싸웠을 뿐이다. 당쟁 앞에서는 국익에 대한 고려도 없었다. 

 

임진왜란을 앞두고 일본 정세를 염탐하러 함께 일본에 갔다 온 서인 황윤길과 동인 김성일이 선조에게 정반대 보고를 한 게 대표적 사례다. 서인 황윤길은 일본이 곧 침략할 것 같다고 보고했다. 반면에 동인 김성일은 그런 낌새가 없다고 보고했다. 그런데 서인 황윤길 보고대로 일본은 그 1년 뒤 임진왜란을 일으켰다. 이들은 왜 상반된 보고를 했을까? 지금으로 치면 당시는 동인이 집권세력이고 서인은 야당 세력이었다. 동인 김성일이 침략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한 이유는 침략 가능성에 대비해 국방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들이 대부분 야당 세력인 서인들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인의 정신적 지도자인 율곡 이이는 진작부터 십만양병설을 주장하고 있었다. 


200년 당쟁···조선 망하는 데 '일조'
 

이런 상황에서 동인 김성일이 일본의 침략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면 이는 서인들의 정국 진단이 맞았음을 뜻하고 집권 세력인 동인이 국정을 잘못했음을 시인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동인 김성일은 이런 결과를 막기 위해  침략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했다. 나라의 안위는 관계 없이 그저 경쟁 세력에게 권력을 뺏기지 않으려는 당파적 입장에서 국사를 바라본 것이다.(이덕일 저, <당쟁으로 보는 조선 역사>)

 

임진왜란 때 한양이 일본군에 점령되자 선조가 의주로 피난 갔다. 피난 길에 경기도 파주를 지나게 됐다. 파주에는 율곡 이이와 함께 서인의 정신적 지도자인 성혼이 살고 있었다. 선조는 “성혼의 집이 이 근처일 텐데 어디쯤일꼬”라고 물었다. 선조를 수행하던 동인 측 관리가 “저기 보이는 저 집”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근처에 살면서도  일부러 나와보지 않는다고 한 것이다. 성혼은 뒤늦게 선조가 지나간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왔으나 왜군이 막아 선조를 보지 못했다. 동인은 거짓으로 꾸며진 이 일을 성혼이 죽고 100년이 지나서도 그를 공격하는 소재로 삼았다. (이덕일 저, <당쟁으로 보는 조선 역사>)

 

경쟁 세력을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서라면 거짓말까지도  공격 소재로 삼는 이 행태는 민주당의 ‘청담동 술자리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윤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서울 청담동에서 변호사들과 한밤중에 술 파티를 열었다는 사건이다. 이는 경찰 조사 결과 사실 무근으로 밝혀졌다. 당시 술자리에 있었고 사건을 제보했다는 첼리스트도 자기가 거짓말을 했다고 시인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공식 사과 하지 않았다. 일부 친민주당 유튜브에서는 아직도 사실인 양 떠든다.   

 

사림파는 조선 중기 이후 내내 당쟁으로 지고 샜다. 민생 개혁과는 무관한 싸움이었다. 사림파가 200년 이상 조정의 권력을 장악했지만 서양 식의 기술 발전은커녕 도로 하나, 다리 하나 놓은 게 없다. 그저 허황된 명분론과 공리공담에 기대 헐뜯기식 싸움만 했다. 실사구시와는 거리가 먼 싸움이었다. 그러는 사이 조선은 안으로부터 썩어들어갔다. 민생은 지칠 대로 지치고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졌다. 결국 조선이 망하는 큰 원인의 하나가 됐다.  더불어민주당이 할 일은 사림파를 따라 하는 게 아니라 반면교사로 삼는 것이다. 당파 이익 아닌 국가 이익 관점에서 지엽말단이 아닌 본질을 직시하고 명분보다 현실을 우선하는 실사구시의 자세로 정부를 비판하고 견제하는 게 그것이다.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대학원 정치학 석사 ▶조선일보 논설위원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본부장 ▶원주 한라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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