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대한변호사협회(변협) 제안으로 공모주 상장(IPO) 시 법률실사 의무화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법조계와 산업계 간에 도입 필요성에 대한 견해가 갈린다. 법조계는 투자자 보호와 주요국 선례를 근거로 필요성을 주장하는 반면 산업계는 이미 까다로운 상장 절차에 규제가 더해진다며 '옥상옥'을 우려하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은 IPO를 준비하는 기업에 대해 법무법인 등을 통한 법률실사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법률실사를 통해 상장 예정 기업은 증권 발행부터 이사회 등 내부 기관에 대한 적법성 등을 검토받게 된다. 사전에 법적 문제점을 차단해 상장 이후 대규모 투자자 손실 발생을 예방하자는 취지다. 특히 IPO 시 제출하는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에 이상이 없는지 법무법인에서 검증을 받도록 해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게 변협 측 입장이다.
"법적 문제 해소로 투자자·발행사 모두 이득" vs "상장 절차 이미 까다로워"
이런 제안은 주요국에 비해 상장 주관사 책임이 크지 않아 투자자 보호에 공백이 생긴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상장 주관사에 엄격한 책임을 부여하고 법률실사가 자리 잡은 미국·홍콩 등과 달리 국내에서 법률실사는 해외 동시 상장을 제외하고 주관사의 선택에 맡겨진다.
양선영 변협 제2법제이사는 “국내에서는 주관사가 판단했을 때 특이한 사업이라 파악할 필요가 있거나 법적 권리 관계가 명확하지 않을 때에 한해 법률실사를 진행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추원식 법무법인 YK 변호사는 “외국에서 상장 법률심사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증권신고서에 대한 정확한 기재를 담보하기 위함”이라고 그 필요성을 강조했다.
법률실사는 투자자뿐만 아니라 주관사로서도 법률적 문제를 사전에 해소하는 장점이 있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추후 증권신고서 부실 기재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투자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면할 수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 이정훈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과거 내부통제 미비를 이유로 상장을 거절당한 기업에 대해 내부통제시스템 구축을 도와 상장을 이끈 적이 있다”며 “발행사도 회사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법률적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이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산업계는 반기지 않는 눈치다. 이미 까다로운 국내 상장 과정에 ‘규제’가 더해진다고 인식하는 데다 추가 비용 문제도 뒤따른다는 인식 때문이다. 2017년 신(新)외부감사법이 도입되면서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에 따라 금융위원회가 지정한 회계법인에서 감사를 받아야 하는데 법무법인에도 기업 사정을 공개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재계 관계자는 “IPO 시 기업들은 거의 증권사에 돈을 주고 맡기는데 지금도 증권신고서를 주관사와 거래소가 검토하고 있다”며 추가적인 검증 필요성에 의문을 표했다. 이어 “상법상 배당 절차나 감사위원 선임을 위한 사내·사외이사 결격 사유가 매우 까다롭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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