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정권은 2022년 한 해에만 71발의 미사일을 쏘았다. 그 돈 2억 달러면 2600만 주민이 46일간 굶지 않고 지낼 수 있다고 한다(BBC 뉴스코리아). 김정은은 북 주민으로부터 그만 한 양의 식량을 수탈(收奪)한 셈이다. 지난 5월 발사했으나 실패한 정찰위성(장거리탄도미사일)도 그 비용이 10개월치 식량과 맞먹는다고 한다. 피 같은 식량을 허공에 뿌린 셈이다. 국방연구원은 북의 ICBM 발사 비용을 1기당 2000만∽3000만 달러로 추산한다. 김이 미사일을 1기만 덜 쏘아도 한 해 수입식량의 3분의1을 충당할 수 있다는 계산도 있다.
보유한 핵을 팔아서라도 인민을 굶주리지 않게 해야 할 판에 제 국민 수탈에만 여념이 없는 꼴이니 딱하다. 북은 오는 27일 자신들이 ‘전승절’이라고 부르는 6‧25전쟁 정전협정 기념일을 앞두고 정찰위성 재발사를 포함한 대규모 무력시위를 준비 중이다. 주민들은 또 그만큼 굶주려야 한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유엔의 ‘2023 국제인도주의 지원보고서’에 따르면 북은 심각한 식량난으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주민이 전체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1040만명에 달한다. 1990년대 중‧후반 수많은 주민이 굶어 죽은 ‘고난의 행군’을 떠올리게 한다.
수탈당하지 않으려면 수탈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북 주민들이 알도록 하는 게 우선 중요하다. 핵 무력과 미사일 시위, 이 모든 게 내 삶에 대한 수탈 위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걸 인지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가장 쉽게 보여줄 수단은 뭘까. 단연 대북전단(삐라)이다. 북 정권의 불의와 비리, 거짓과 기만이 담긴 전단을 만들어 북녘 주민들에게 직접 보내는 거다. 북 정권이 ‘전단’이라면 길길이 뛰는 걸 봐도 그 효과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권은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일명 김여정 하명법)이라는 법까지 만들어 이를 금지시켰다.
‘수탈정권’과 대북 굴종의 시대
문 정권 5년 동안 숱한 대북 저자세 행태가 있었지만 이보다 더한 굴종은 없었다. 김정은을 비판하는 전단을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날리는 것만으로도 3년 이하의 징역과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니, 어처구니없었다. 국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명백한 침해였다. 입법 과정도 참담했다. 김정은의 여동생으로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김여정이 2020년 6월 4일 “전단 살포 방지법이라도 만들라”고 하자, 하루 만에 법안이 발의됐다. 대표발의자는 당시 송영길 민주당 의원(외교통일위원장). 법안은 민주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됐다. 북은 법안 통과를 압박하기 위해 우리 측이 235억여 원을 들여 개성공단에 지어준 남북연락사무소를 무단으로 폭파하기까지 했다. 국제사회의 여론도 들끓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는 “한국정부는 김정은의 행복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유엔의 제재 해제를 국제사회에 간청했다. 2018년 10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도 그런 자리 중 하나였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이 상응 조치를 취하면 핵·미사일실험을 중단하고, 핵물질을 폐기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면서 북의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왔다고 판단되면, 마크롱 대통령이 안보리상임이사국으로서 제재 완화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청와대 브리핑).
이는 정권이 바뀌고 지난달 열렸던 윤석열 대통령과 마크롱의 회담과 대비된다. 윤 대통령은 “안보리 결의 위반인 북한의 불법적 도발에, 한국은 차기 안보리이사국으로서 프랑스와 긴밀히 협력, 대처할 것”이라고 했고, 마크롱은 북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강조했다. “북핵 위기에 결연히 대처하기 위해 한국을 지지할 것”이라고 했고, 북한의 인권침해까지 거론하며 지속적으로 단호히 규탄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의 질타
문 정권 5년 동안 대북관계는 굴종 일변도였다. 9·19 남북 군사합의 위반, 탈북 어부 강제송환, 해수부 공무원 피살 사건 등을 겪었지만 북에 항의 한번 못했다. 아니, 안했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삶은 소대가리” 같은 막말을 들어야 했다.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그해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4∽9월)과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2018년 6월, 2019년 2월)이 열려 ‘핵 없는 한반도 실현’ ‘연내 종전선언’ 등이 논의되기는 했지만 실질적 성과는 없었다. 북·미관계는 오히려 나빠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69주년 기념식에서 “우리는 올바른 역사관, 책임 있는 국가관, 명확한 안보관을 가져야 한다”면서 “그동안 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세력들은 핵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집단에게 유엔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고 했다.
지난 2일에는 통일부에 대해서도 작심 비판했다. “그동안 통일부는 마치 대북지원부 같은 역할을 해왔다”면서 “통일부는 달라질 때가 됐으며, 북한 지원부가 아니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협력과 교류의 프레임이 바뀌다
윤 대통령의 이런 비판에 대해 야당과 진보 좌파 진영은 크게 반발했지만, 필자는 대통령의 상황인식과 처방이 북핵과 한반도문제를 다루는 데 적실성(適實性)을 갖는다고 믿는다. 줄잡아 한 세대(30년) 넘게 진행되어온 북의 공공연한 핵‧미사일 개발과 보유, 그리고 이 과정에서 보여준 반민족적 기만(欺瞞) 행태가 필자를 그렇게 만들었다. 아마도 동시대의 한국인이라면 대개는 그러했으리라.
북의 핵 보유로 김대중 대통령(재임 1998년 2월∽2003년 2월)의 햇볕정책은 적실성을 잃었다. 소위 ‘햇볕의 시대’에는 남북 사이의 교류‧협력이 지고지선이었다. 기능주의적 상호의존론의 관점에서 열심히 교류하고 협력하면 긴장도 완화되고 관계도 개선된다고 믿었다. 선의의 차원에서 ‘시간은 남북 모두의 편’이었다. 그러나 북핵 앞에서는 교류‧협력도 그 명분과 효용성을 잃었다. 이제는 아무리 교류‧협력을 해도 남북 간 본질적인 균형회복과 선의의 관계 개선은 어렵게 됐고, 남북은 다시 경쟁, 그것도 악성(군비) 경쟁의 시간으로 내몰리게 됐다.
‘교류‧협력 프레임’이 ‘군비경쟁 프레임’으로 바뀌는 프레임 체인지(frame change) 앞에서 통일부도 변했어야 했다. 대북 식량지원이나 열심히 하면 됐던 목가적인 남북대화의 시대는 지나갔음을 알았어야 했다. 윤 대통령의 질타는 이걸 지적한 것이다. 물론 통일부만의 책임은 아니다. 진보 좌파 정권의 철 지난 햇볕정책, 대화지상주의, 앞에서 지적한 대북 굴종 앞에서 통일부도 그 역할에 한계가 있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만 해도 최근 윤 대통령의 ‘반국가 세력’ 발언이 있자 “아직도 냉전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치욕스런 ‘김여정 하명법’을 만든 장본인이 쉽게 할 소리는 아니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통일부에 대한 윤 대통령의 주문은 한마디로 ‘통일부의 정상화’다. 1969년 통일원으로 출발한 통일부는 국내외적인 통일 환경의 변화에 따라 조직과 기능을 확대해왔다. 기본업무는 통일문제에 대해 국민의 중지를 모으고, 통일 의지를 고취시키며, 통일에 유리한 국내외적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통일을 앞당기는 데 있다. 그렇다면 어떤 통일인가? ‘우리가 민족사적 정통성을 지닌 평화통일의 주체라는 신념을 가지고, 남북 동포가 다 함께 잘살고, 우리 민족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통일’이다. 바꿔 말하면 ‘북 동포의 인권도 보장되는 자유민주주의적 통일’이다. 그것이 우리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노래했던 그 통일이다. 그런데도 일부 정권에선 통일부의 존재 이유를 남북대화(교류‧협력), 특히 남북정상회담의 성사에서만 찾는 듯한 인식을 주었고, 그 과정에서 통일부는 회담 지원부서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거다.
윤 대통령에게 ‘인권’은 대단히 중요한 모티브다. 국제사회에서 통일 기반을 조성하려면 보편적 가치로서 인권문제가 분명하게 표명, 실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국제사회로부터의 호응과 지지도 기대할 수 있고, 통일 기반도 확충할 수 있다는 거다. 인권은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일관되게 강조해온 인류사회의 보편적 가치 중의 하나다.
상대적으로 진보 좌파 정권들은 북한 인권 문제에 소극적이었다. 북한 인권대사만 해도 5년간 공석으로 두다가 2022년 정권이 바뀌고서야 임명할 수 있었다.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는 기권하기 일쑤였다. 매사 북의 눈치를 봤다. 통일부 내에서도 통일교육과 홍보 기능은 사라지거나 약화됐다. 이런 통일부를 상대하는 북의 관심은 오직 우리 측이 자신들이 쓸 남북협력기금을 얼마나 조성하는지에만 관심이 있었다.
물론 “그럴수록 교류‧협력을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전쟁을 막으려면, 이른바 대결주의자들의 책동을 막으려면 그 길밖에는 없다는 거다. 그러나 그런 평화는 종이 쪼가리와 선의에 기대는 위선적 평화일 뿐이라는 시각 또한 있다. 윤 대통령은 명쾌하고 명료하게 자신의 심중을 드러냈다.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정치학 박사 ▷동아일보 정치부장 ▷동아일보 논설실장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장
보유한 핵을 팔아서라도 인민을 굶주리지 않게 해야 할 판에 제 국민 수탈에만 여념이 없는 꼴이니 딱하다. 북은 오는 27일 자신들이 ‘전승절’이라고 부르는 6‧25전쟁 정전협정 기념일을 앞두고 정찰위성 재발사를 포함한 대규모 무력시위를 준비 중이다. 주민들은 또 그만큼 굶주려야 한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유엔의 ‘2023 국제인도주의 지원보고서’에 따르면 북은 심각한 식량난으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주민이 전체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1040만명에 달한다. 1990년대 중‧후반 수많은 주민이 굶어 죽은 ‘고난의 행군’을 떠올리게 한다.
수탈당하지 않으려면 수탈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북 주민들이 알도록 하는 게 우선 중요하다. 핵 무력과 미사일 시위, 이 모든 게 내 삶에 대한 수탈 위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걸 인지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가장 쉽게 보여줄 수단은 뭘까. 단연 대북전단(삐라)이다. 북 정권의 불의와 비리, 거짓과 기만이 담긴 전단을 만들어 북녘 주민들에게 직접 보내는 거다. 북 정권이 ‘전단’이라면 길길이 뛰는 걸 봐도 그 효과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권은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일명 김여정 하명법)이라는 법까지 만들어 이를 금지시켰다.
‘수탈정권’과 대북 굴종의 시대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유엔의 제재 해제를 국제사회에 간청했다. 2018년 10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도 그런 자리 중 하나였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이 상응 조치를 취하면 핵·미사일실험을 중단하고, 핵물질을 폐기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면서 북의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왔다고 판단되면, 마크롱 대통령이 안보리상임이사국으로서 제재 완화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청와대 브리핑).
이는 정권이 바뀌고 지난달 열렸던 윤석열 대통령과 마크롱의 회담과 대비된다. 윤 대통령은 “안보리 결의 위반인 북한의 불법적 도발에, 한국은 차기 안보리이사국으로서 프랑스와 긴밀히 협력, 대처할 것”이라고 했고, 마크롱은 북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강조했다. “북핵 위기에 결연히 대처하기 위해 한국을 지지할 것”이라고 했고, 북한의 인권침해까지 거론하며 지속적으로 단호히 규탄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의 질타
문 정권 5년 동안 대북관계는 굴종 일변도였다. 9·19 남북 군사합의 위반, 탈북 어부 강제송환, 해수부 공무원 피살 사건 등을 겪었지만 북에 항의 한번 못했다. 아니, 안했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삶은 소대가리” 같은 막말을 들어야 했다.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그해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4∽9월)과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2018년 6월, 2019년 2월)이 열려 ‘핵 없는 한반도 실현’ ‘연내 종전선언’ 등이 논의되기는 했지만 실질적 성과는 없었다. 북·미관계는 오히려 나빠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69주년 기념식에서 “우리는 올바른 역사관, 책임 있는 국가관, 명확한 안보관을 가져야 한다”면서 “그동안 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세력들은 핵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집단에게 유엔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고 했다.
지난 2일에는 통일부에 대해서도 작심 비판했다. “그동안 통일부는 마치 대북지원부 같은 역할을 해왔다”면서 “통일부는 달라질 때가 됐으며, 북한 지원부가 아니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협력과 교류의 프레임이 바뀌다
윤 대통령의 이런 비판에 대해 야당과 진보 좌파 진영은 크게 반발했지만, 필자는 대통령의 상황인식과 처방이 북핵과 한반도문제를 다루는 데 적실성(適實性)을 갖는다고 믿는다. 줄잡아 한 세대(30년) 넘게 진행되어온 북의 공공연한 핵‧미사일 개발과 보유, 그리고 이 과정에서 보여준 반민족적 기만(欺瞞) 행태가 필자를 그렇게 만들었다. 아마도 동시대의 한국인이라면 대개는 그러했으리라.
북의 핵 보유로 김대중 대통령(재임 1998년 2월∽2003년 2월)의 햇볕정책은 적실성을 잃었다. 소위 ‘햇볕의 시대’에는 남북 사이의 교류‧협력이 지고지선이었다. 기능주의적 상호의존론의 관점에서 열심히 교류하고 협력하면 긴장도 완화되고 관계도 개선된다고 믿었다. 선의의 차원에서 ‘시간은 남북 모두의 편’이었다. 그러나 북핵 앞에서는 교류‧협력도 그 명분과 효용성을 잃었다. 이제는 아무리 교류‧협력을 해도 남북 간 본질적인 균형회복과 선의의 관계 개선은 어렵게 됐고, 남북은 다시 경쟁, 그것도 악성(군비) 경쟁의 시간으로 내몰리게 됐다.
‘교류‧협력 프레임’이 ‘군비경쟁 프레임’으로 바뀌는 프레임 체인지(frame change) 앞에서 통일부도 변했어야 했다. 대북 식량지원이나 열심히 하면 됐던 목가적인 남북대화의 시대는 지나갔음을 알았어야 했다. 윤 대통령의 질타는 이걸 지적한 것이다. 물론 통일부만의 책임은 아니다. 진보 좌파 정권의 철 지난 햇볕정책, 대화지상주의, 앞에서 지적한 대북 굴종 앞에서 통일부도 그 역할에 한계가 있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만 해도 최근 윤 대통령의 ‘반국가 세력’ 발언이 있자 “아직도 냉전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치욕스런 ‘김여정 하명법’을 만든 장본인이 쉽게 할 소리는 아니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통일부에 대한 윤 대통령의 주문은 한마디로 ‘통일부의 정상화’다. 1969년 통일원으로 출발한 통일부는 국내외적인 통일 환경의 변화에 따라 조직과 기능을 확대해왔다. 기본업무는 통일문제에 대해 국민의 중지를 모으고, 통일 의지를 고취시키며, 통일에 유리한 국내외적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통일을 앞당기는 데 있다. 그렇다면 어떤 통일인가? ‘우리가 민족사적 정통성을 지닌 평화통일의 주체라는 신념을 가지고, 남북 동포가 다 함께 잘살고, 우리 민족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통일’이다. 바꿔 말하면 ‘북 동포의 인권도 보장되는 자유민주주의적 통일’이다. 그것이 우리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노래했던 그 통일이다. 그런데도 일부 정권에선 통일부의 존재 이유를 남북대화(교류‧협력), 특히 남북정상회담의 성사에서만 찾는 듯한 인식을 주었고, 그 과정에서 통일부는 회담 지원부서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거다.
윤 대통령에게 ‘인권’은 대단히 중요한 모티브다. 국제사회에서 통일 기반을 조성하려면 보편적 가치로서 인권문제가 분명하게 표명, 실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국제사회로부터의 호응과 지지도 기대할 수 있고, 통일 기반도 확충할 수 있다는 거다. 인권은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일관되게 강조해온 인류사회의 보편적 가치 중의 하나다.
상대적으로 진보 좌파 정권들은 북한 인권 문제에 소극적이었다. 북한 인권대사만 해도 5년간 공석으로 두다가 2022년 정권이 바뀌고서야 임명할 수 있었다.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는 기권하기 일쑤였다. 매사 북의 눈치를 봤다. 통일부 내에서도 통일교육과 홍보 기능은 사라지거나 약화됐다. 이런 통일부를 상대하는 북의 관심은 오직 우리 측이 자신들이 쓸 남북협력기금을 얼마나 조성하는지에만 관심이 있었다.
물론 “그럴수록 교류‧협력을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전쟁을 막으려면, 이른바 대결주의자들의 책동을 막으려면 그 길밖에는 없다는 거다. 그러나 그런 평화는 종이 쪼가리와 선의에 기대는 위선적 평화일 뿐이라는 시각 또한 있다. 윤 대통령은 명쾌하고 명료하게 자신의 심중을 드러냈다.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정치학 박사 ▷동아일보 정치부장 ▷동아일보 논설실장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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