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공식 방문 사흘째인 7일(현지시간) 하루 7개의 공식 일정을 소화하며 숨가쁜 행보를 이어갔다. 한반도 뿐만 아니라 영내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단합된 행동을 당부하고, 한-필리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아세안(ASEAN) 경제영토 확장에도 힘을 쏟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자카르타 컨벤션 센터(JCC)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해 북한 핵·미사일 개발을 두고 "회의 참석국 모두를 타격할 수 있는 실존적 위협"이라며 "북한 핵 개발 의지보다 이를 저지하려는 국제사회 결의가 훨씬 더 강력하다는 것을 우리가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북한은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에서 가장 엄격하고 포괄적인 제재를 받고 있고 모든 유엔 회원국은 제재 결의를 준수해야 한다"며 "그러한 결의안을 채택한 당사자인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책임은 더욱 무겁다"고 강조했다.
이는 거부권(비토권)을 가진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면서도 북한과 무기 거래를 논의하고 정상회담을 조율 중인 러시아, 대북 제재에 미온적인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리창 중국 총리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참석해 윤 대통령 발언을 지켜봤다.
"북한이 한‧중 관계 발전에 걸림돌 되지 않도록 협력"
또한 윤 대통령은 리창 중국 총리와 51분간 한‧중 회담을 하고 "북핵은 우리에게는 실존의 문제다"며 "북핵이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일 협력 체계는 더욱 공고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해 달라. 북한이 한‧중 관계발전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협력하자"며 "한‧중은 공히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질서를 지지하고 있는 만큼 그 전제가 되는 규범 기반의 국제질서 구축을 위해 협력하자"고 덧붙였다.
이에 리 총리도 "한국과 중국은 가까운 이웃으로,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같이 협력하고 잘 지내면 훨씬 더 소중하고 가치있는 관계가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또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차 협상을 가속화해서 양국의 개방성을 높이고 업그레이드된 FTA를 갖고 싶다"고 희망했고, 올해 우리나라가 주도하는 '한‧일‧중 정상회의' 조기 개최에도 협력할 뜻을 밝혔다.
아세안 91% 달하는 FTA 네트워크 구축...인니와는 원전수출 협력
윤 대통령은 한-필리핀 자유무역협정(FTA) 서명식,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BRT) 등 세일즈 외교에도 나섰다. 우리나라의 제2위 교역·제3위 투자동반자인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경제적인 실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윤 대통령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한-필리핀 FTA 협정문 및 경제·기술 협력을 위한 이행약정 서명식에 참석했다.
싱가포르,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에 이어 아세안 회원국과의 다섯 번째 양자 FTA다. 아세안 시장의 91%에 달하는 거대한 FTA 네트워크가 구축된 것이다. 이번 서명으로 우리나라는 전 세계 59개국과 22건의 FTA를 체결하게 됐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BRT)에 참석해 그간의 양국 경제협력 성과를 평가하고, 수교 50주년을 맞이한 양국의 새로운 50년을 위한 파트너십 발전전략을 제시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구자은 LS 회장 등 한국 기업인 19명과 인도네시아 경제계 인사 40여 명이 함께했다.
이날 행사에선 핵심광물, 원전, 신도시 건설, 보건, 전력 등의 분야에서 16건의 양해각서(MOU) 또는 계약이 성사됐다. 특히 한국의 원전수출산업협회와 인도네시아의 원자력협회는 '원자력 산업 협력 MOU'를 체결했다. 소형모듈원전(SMR) 등을 포함한 원전 정보의 교류, 인력양성 협력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밖에 윤 대통령은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 손싸이 시판돈 라오스 총리,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등과도 만나 상호 경제‧교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지지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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