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를 탄생시키고 인공지능(AI) 시대를 더 활짝 열게 만든 기술, ‘생성 AI’의 창발적 능력은 여전히 그 원리와 구조가 블랙박스 속에 있다. 인류 역사 속에 함께 한 기계와 창발적 능력의 인문학적 의미부터 오늘날 AI와 공존해야 하는 인류의 숙명까지 조망하며 다양한 화두를 던지는 책이 나왔다. 1998년 초창기였던 인터넷을 이용하는 광고회사를 차리고 이후 인터넷 비즈니스,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 IT 분야 경영과 인문학 연구를 20여년 간 해 왔으며 마케팅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강시철 박사의 신간 ‘AI 빅히스토리 10의 22승’이다.
저자에 따르면 구글 연구진은 2022년 발표한 논문을 통해 생성 AI의 계산 규모가 10의 22승 플롭스(FLOPS, 초당 부동소수점 연산)를 초과하는 순간 ‘이성이 발현한 것처럼’ 창발적 능력을 나타낸다는 점을 짚었는데, 왜 이러한 능력이 나타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아내지 못했다고 한다. 저자는 “갑자기 찾아온 AI는 블랙박스 속에 담겨 우리에게 다가온 것”이라며 “앞으로 연산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 창발적 능력이 더욱 높아진다면 AI가 지금처럼 인간의 지시를 따르는 존재로만 남을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AI 빅히스토리 10의 22승은 저자의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AI와 인간의 공생을 위한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번 책을 통해 그는 챗GPT와 같은 서비스를 탄생시킨 생성 AI 기술에 나타나는 창발적 능력의 뿌리를 찾기 위해 AI가 인류와 함께한 5000년 역사를 AI 입장에서 살핀다. 책은 ‘BC 3000년경에도 AI가 있었다’거나 ‘BC 3세기 경 사람의 목숨을 구하던 동양 최초의 로봇’을 소개하고, AD 9세기 바그다드의 한 지역을 ‘고대 실리콘 밸리’로 묘사하거나 18세기 모험 소설 ‘걸리버 여행기’ 속 상상의 존재와 챗GPT 간 연결 고리를 찾아 보여 준다.
저자는 “구글, 오픈AI를 비롯한 초대형 언어모델들의 경쟁으로 우리는 이제 10의 22승 플롭스 너머의 컴퓨팅 세계에서 존재하게 되었고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처럼 인류가 생각지도 못했던 능력들을 쏟아내고 있다.(p.25)”면서 “챗GPT가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 지에는 많은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2023년 2월, 우리는 모두 1학년으로 출발을 했다.(p.358)”고 생성 AI의 확산으로 모두에게 낯선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선언했다. 이러한 AI가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극적으로 커지고 있기에, 우리는 AI와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숙명에 놓였다고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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