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준의 지피지기] 중국의 '조용한 침공'…'한국의 총선'도 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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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준 논설주간
입력 2023-10-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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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준 논설주간]



2018년에 영어판 ‘중국의 조용한 침공(Silent Invasion)’을 펴낸 호주 오스트레일리안 인스티튜트 소장 클라이브 해밀턴(Clive Hamilton)은 2021년에 펴낸 한글판 서문에서 이렇게 경고했다.
“한국도 눈을 떠야 한다. 중국의 진정한 본질과 야망을 깨닫지 못하면 한국도 위험하다. ··· 베이징이 국제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추진하는 전략 목표는 대미 동맹 해체이며, 중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노리는 주요 국가가 호주와 일본, 한국이다. 베이징은 한국과 미국의 관계를 갈라놓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한·미 동맹을 약화시키지 않는 한 한국을 지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해밀턴의 경고는 지금으로부터 넉 달 반 전인 지난 6월 8일 현실로 나타났다.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서울 성북구 대사관저로 만찬 초청을 한 자리에서 놀라운 말을 했다.
“중·한 양국은 이사 갈 수 없는 이웃이고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반자입니다. ··· 현재 국제 정세가 복잡하게 변하고 있고 ··· 미국이 전력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일각에서 미국이 승리할 것이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베팅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입니다. 그리고 역사의 흐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입니다.”
싱하이밍 대사의 말에서 ‘미국이 승리할 것이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베팅을 하고 있는’ 쪽은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인 국민의힘 쪽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이날 싱하이밍 대사는 주빈석 오른쪽에 앉은 이재명 대표에게 A4용지에 적어온 한글을 또박또박 읽어내려 갔다. 한국어를 잘 구사하는 싱 대사는 ‘베팅’이라는 단어는 발음하기에 익숙하지 않은 듯 서투른 소리를 냈다.
싱하이밍 대사가 이재명 대표에게 읽어준 내용은 미리 중국어본이 마련돼 있었던 듯 다음 날인 6월 9일 오전 9시 19분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운영하는 ‘인민망(人民網)’에 거의 전문이 보도됐다. “주한 대사 싱하이밍, 한국 공동민주당 당수 이재명에게 중·한 관계 등 문제에 대해 말하다”라는 제목으로. ‘베팅’이라는 영어 단어는 도박할 도(賭)자로 번역되어 “(한국의) 어떤 사람은 미국이 이길 거라는 데 돈을 걸고 ···”라는 표현으로 소개됐다.
그로부터 석 달 열흘이 지난 9월 18일 싱하이밍 대사에게 왜 한국의 제1야당 이재명 대표를 초청해서 그런 놀라운 말을 했는지 직접 물어볼 기회가 생겼다. 그는 31년 전 1992년 8월 24일 이루어진 한·중 수교 때 수교 전부터 중국 교섭단 일원으로 참여해온 한·중 수교사의 산증인이라 한·중 관계에서 싱 대사가 모르는 일은 없을 정도였다. 한국인 5명과 함께 만찬에 초청받은 자리에서 질문을 해보았다.
-석 달 전 이재명 대표에게 읽어준 A4용지 문장은 대사가 직접 쓴 것인가.
“아니다. 그런 문장을 내가 맘대로 쓸 수는 없는 일이다. (본국 외교부가 보내왔거나 훈령에 따라 쓴 글이라는 뜻으로 들렸다.)
-기자회견은 사전에 준비된 것인가.
“아니다. 이 대표 측이 기자들을 데리고 온 것이다.”
그러니까 중국 본국 정부가 한국 정치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사전에 기획한 데 따라 작성된 문장을 보내줘 A4용지에 적힌 문장을 보고 읽은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결국 싱 대사 본인 기획이 아니라 중국 외교당국 기획에 따라 이루어진 일이라는 말이었다. 주재국 대사가 본국 지시에 따라 기자회견을 하고, 또 본국 외교당국이 준비해준 문장을 읽어 내려가는 형식의 기자회견은 외교 현장에서 자주 반복되는 일이기도 하다. “미국이 전력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일각에서 미국이 승리할 것이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베팅을 하고 있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는 말은 싱 대사가 과거 청말에 조선과 관계를 농단한 위안스카이(袁世凱)와 같은 인물이라서 한 말이 아니라 중국의 ‘전랑(戰狼)외교’가 기획한 의도에 따라 이루어진 일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호주의 클라이브 해밀턴은 ‘중국의 조용한 침공’에서 중국계 뉴질랜드 학자인 제임스 젠화 토(James Jianhua To)의 중국 연구 박사학위 논문을 인용해서 중국의 해외 거주 교포 활용 계획의 역사와 목표, 방침, 전술 등을 상세히 밝혀냈다고 소개했다. 이른바 중국공산당 통일전선 공작부가 주관하는 ‘교무(僑務)’란 해외 거주 중국인을 단순히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해외 거주 중국인을 활용해서 주재국 사회를 중국의 가치에 공감하고, 베이징이 수월하게 통제할 수 있도록 변화시키는 일이라는 것이었다.
법무부 외국인 출입국 통계(2021년 기준)에 따르면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숫자는 213만명으로 한국인 전체 인구 대비 4.1%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한국 국적이 없는 외국인 숫자는 165만명이고, 이 중 중국 국적인 한국인 동포(조선족)가 23%인 25만3,533명, 이른바 ‘한족’으로 분류되는 중국인이 15.6%인 17만852명으로 집계된다. 특히 우리 정부는 2005년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영주 체류자격 취득일 후 3년 경과하면 참정권을 보장하고 있어 클라이브 해밀턴이 말한 대로 중국의 교무계획에 따라 한국 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는 상황이다. 내년 총선에 어떤 형태로든 중국 정부의 통일전선 공작 계획에 따라 한국 정치에 중국 정부가 간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는 상태인 것이다.
더구나 우리 사회는 무슨 문제에 대해서든 시위를 조직해서 거리로 달려나가는 고질병을 갖고 있다. 23일자 인터내셔널판 뉴욕타임스는 한국 시위 풍토에 대해 “1980년대 이래 아시아에서 가장 활기찬 민주주의를 자랑하는 한국 수도에서는 진보(progressives)와 좌파(left wing), 그리고 보수(conservatives)와 우익(right wing) 두 그룹으로 나뉘어 모든 불만을 거리로 끌고 나가 시위로 표현하는 행동을 기호나 취미(penchant)로 여기고 있다”고 표현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에서는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항상 문제를 거리로 끌고 가고(always taking to the street) 있으며, 일부에서는 시위를 마치 록 페스티벌처럼 여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들어서는 좌익이든 우익이든 시위 확산을 위해 유튜브와 SNS를 통해 가짜뉴스와 정치적 편견을 공급하는 행태를 보여주고도 있다고 했다.
문제는 여론조사 지지도에서 여야가 거의 반반 지지도로 쪼개진 우리 정치 풍토에서 중국 국적을 가진 40만명(조선족과 한족 포함)이라는 숫자는 중국 정부가 교무공작을 통한 통일전선 활동을 통해 한국 정치에 영향을 미치기에 충분한 숫자라고 봐야 할 것이다.
국민의힘이든 더불어민주당이든 국내 정치 흐름이 중국 정부의 통일전선 공작에 영향받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해마다 3월 5일에 정확히 개최되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을 보면 전국에서 베이징에 모인 3000명에 가까운 인민 대표들이 일사불란하게 박수를 치는 가운데 중국공산당 총서기를 비롯한 10명 미만의 지도부가 인민 대표들의 박수를 받으며 입장하는 광경을 TV 화면을 통해 보았을 것이다. 왜 이런 광경이 연출되는지는 중국 헌법 전문을 보면 알 수 있다. “중국의 신민주주의 혁명의 승리와 사회주의 사업의 성취는 중국공산당이 각 민족 인민들을 영도해서 마르크스 레닌주의와 마오쩌둥 사상의 지도 아래 승리함으로써 얻어진 체제”라고 되어 있다. 여기서 말하는 신민주주의란 이른바 사회주의 민주주의라는 것으로, 우리의 민주주의 체제와는 근본부터 다르며 중국에서는 다당제(多黨制)가 허용되지 않는다. 중국의 통일전선 공작은 중국공산당 1당 통치체제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는 작업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서울 금천구 대림동과 가리봉동 일원에는 중국 국적을 가진 조선족 동포들과 이른바 ‘한족’으로 분류되는 중국인들이 형성해 놓은 차이나타운이 있다. 중국어 간판이 주류를 이루고 중국 음식점과 각종 중국 일상생활용품 가게가 몰려 있는 이 차이나타운에서는 최근 자체적으로 조직한 조찬 포럼까지 열려 중국 국적자 중심의 정치적 의식화와 조직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일사불란하게 중국공산당 지지자들이며 이들을 중심으로 한국 정치에 간여하는 활동도 시작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우리 정당의 SNS 활동에도 참여해서 우리가 잘 사용하지 않는 ‘홍로점설(紅爐點雪·붉은 난로에 떨어진 한 움큼의 눈)’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누리꾼이 나타나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내년 총선이 중국 정부의 통일전선 공작의 영향을 받지 않고 우리 여야 정당 간 순수한 경쟁에 따라 치르는 정치 행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필진 주요 약력

▷서울대 중문과 졸 ▷고려대 국제정치학 박사 ▷조선일보 초대 베이징 특파원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현 최종현학술원 자문위원 ▷아주경제신문 논설고문 ▷호서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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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몇년전 형님을 강제입원시켰던 성남 휴엔자임 정신병원을 어제 다녀왔습니다.
    "지존파와 정유정을 능가하는 90% Psychopath로 판명되며,
    기괴할 정도의 강한 자신감과 자기확신으로 타인의 견해나 감정을 짓누르는
    반사회적 품행의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얕은 술수에 능하여 죄의식없이 타인을 모함 비방하기를 즐겨하며,
    지키지 않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꺼리낌없이 헛약속을 빈번하게 하며,
    쌍욕 거짓말을 스스럼없이 습관적으로 밷어낸다."라고 평가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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