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출산시대, 인재 패러다임 바꿔라] 잉글리쉬 디바이드, 디지털 디바이드…이제는 헬스 디바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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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원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3-11-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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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출산 고령화 시대 맞아 나이 다양성 높아져

  • 20~70대 근로자가 한 곳서 근무할 수 있어

  • 다양해진 근로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 필요성 부각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때 잉글리시 디바이드(English Divide)라는 말이 유행했다. 세계화 시대를 맞아 영어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영어 능력 유무의 차이가 사회적·경제적 격차로 이어진다는 것. 이에 영어를 잘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너나 할 것 없이 영어 공부에 매진했고 그 결과 영어 광풍, 토익 광풍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심지어는 영어와 크게 상관이 없는 전공이나 직종에 근무하는 사람들조차 영어 공부에 달려들기도 했다.

잉글리시 디바이드에 이어 각종 ‘○○ 디바이드’라는 신조어들이 연달아 나타났다. 2000년대 들어 중국 경제가 무섭게 성장할 때는 차이니즈 디바이드라는 말도 생겼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상대하기 위해 필요한 중국어 능력 유무가 성공 여부를 결정 지을 것이라는 말로, 2000년대 초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금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 졸업할 때쯤 중국어를 모른다면 아마도 취업하기 힘들 것”이라고 언급한 것이 회자되면서 중국어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됐다.

이후 정보화 시대, 특히 인공지능(AI)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서는 ‘디지털 디바이드’라는 말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디지털과 정보 능력의 격차가 사회적·경제적 지위를 결정한다는 의미로,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비대면 사회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정보와 디지털 기술에 대한 필요성이 체감적으로 다가왔다. 이에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워야만 성공 혹은 최소한 생존이라도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에 코딩 학습 열풍이 불었다.

디지털 내에서도 세부 분야에 따라 데이터 디바이드, AI 디바이드, 심지어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와 관련된 크립토 디바이드 등 각종 디바이드라는 말이 우후죽순 등장했다.

이와 별개로 현재 국내에서 불고 있는 의대 열풍을 보고 있자면 ‘닥터 디바이드’ 혹은 ‘메디컬 디바이드’라는 말이 생길 법도 하다. 1990년대 말 IMF 외환위기 이후 평생 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직업 안정성에 대한 가치가 높아진 상황에서 안정적 수입과 지위를 보장해주는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인기가 날로 높아지는 것은 그리 이상하지 않다.

이처럼 새로운 환경에서는 그에 맞는 경쟁력의 필요성이 부각된다. 사람들은 필요한 경쟁력을 갖춰 새로운 시대에서 주도권을 갖고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상승하기를 바란다. 그러한 측면에서 볼 때 앞으로 다가올, 아니 이미 시작된 새로운 환경 중 하나는 바로 저출산·고령화 시대다.
 
나이 다양성 
저출산·고령화는 비단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 잡았다. 소득 증가와 과학·의료 기술 발달로 인해 평균수명이 늘어난 반면 빠른 사회 변화와 육아 방식 변화 등으로 인해 출산율은 낮아짐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유엔이 발표한 2022 세계 인구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 세계 인구의 평균 기대 수명은 71세로 1990년(64세)에 비해 7년 늘었고 2050년에는 77.2세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여성 1인당 출산 수는 1990년 3.3명이었던 것이 2021년에는 2.3명으로 줄었고 2050년에는 2.1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전 세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22년 9.7%에서 2030년에는 11.7%, 2050년에는 16.4%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중에서도 선진국이 많은 북미, 유럽, 호주, 뉴질랜드 등은 이미 2030년이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결국 저출산·고령화 흐름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필연적 추세인 것이고 이는 곧 고용시장 구조 변화로 이어지게 된다. 청년층 근로자는 줄어드는 반면 장년과 노년층 근로자는 상대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는 이미 업무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흐름이기도 하다.

미국 시사 매체 포브스는 “업무 현장에서 변화에 대한 압박이 늘어나고 있다”며 “60세에 은퇴한다는 기존 사고 방식 대신에 60세부터 80세까지의 커리어에 대한 자연적 욕구와 필요성이 나타나고 있다”고 짚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컴퍼니는 올해 보고서를 통해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일자리 1억5000만개가 55세 이상 고령 노동자들에게 넘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정년 연장에 착수했다. 독일, 스페인 등은 공무원 정년을 현행 65세에서 67세로 점진적으로 늘리고 있다. 일본은 공무원 정년을 종전 60세에서 2031회계연도까지 65세로 단계적으로 늘리기로 했고 기업에 고용된 직원은 70세까지도 근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

따라서 앞으로는 고령 근로자 비중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업무 현장에서 나이 다양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부모와 손주뻘인 70대 근로자와 20대 근로자가 한곳에서 같이 근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헬스 디바이드
업무 현장에서 나이 다양성이 높아졌을 때 예상되는 우려 요인 중 하나는 바로 세대 간 갈등이다. 미국 경영 전문 매체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 따르면 청년 세대와 노년 세대가 같이 근무했을 때 정치, 기후부터 소셜미디어, 기술, 사생활 등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주제에서 충돌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역사상 처음으로 침묵 세대(1920~1940년대 출생), 베이비붐 세대(1950~1960년대 중반 출생), X세대(1960년대 후반~1970년대 출생),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1990년대 중반 출생), Z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 등 5개 세대가 한곳에서 일하는 상황이 전 세계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세대 간 갈등도 심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이는 궁극적으로 조직 내 업무 수행 능력 저하로 이어진다고 HBR은 짚었다. 나이 다양성은 잘 활용한다면 높은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면서 조직에 크게 기여할 수 있지만 세대 간 갈등으로 말미암아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업무 현장에서는 업무 관련 지식 외에도 과거에 비해 훨씬 높아진 나이 다양성에 맞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 곧 적응력의 필요성이 한층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적응을 필요로 하는 것은 비단 세대 차이뿐만이 아니다. 사회 발전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익혀야 할 업무 지식도 늘어나고 있고 업무 환경도 크게 바뀌고 있다. 외국인, 심지어 로봇과 같이 일을 해야 하는 사례도 많아질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적응을 필요로 한다. 결국 적응력은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연령·세대를 불문하고 업무 현장에서 필요한 역량으로 그 가치가 한층 더 높아질 수 있다.

프랑스 의사이자 과학철학자인 조르주 캉길렘은 건강을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건강에 대한 여러 정의가 있지만 육체적·정신적·사회적 역량을 결집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적응력은 건강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일반적 의미에서의 고령자란 없다. 일부 80대는 30대와 비교해서도 나은 육체적·정신적 능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 사회에서 본인 가치를 올리기 위해서는 영어도 필요하고, 정보를 다루는 디지털 능력도 필요하고, 업무 관련 전문 지식도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저출산·고령화 사회가 도래함에 따라 이 모든 능력들을 아우르는 적응력, 곧 건강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 소위 '헬스 디바이드'에 대비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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