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당초 계획했던 가격 인상을 돌연 철회하는 식품 기업 사례가 늘고 있다.
가장 먼저 '가격 인상 철회 카드'를 꺼내든 업체는 오뚜기다. 오뚜기는 내달 1일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3분 카레', 케챂 등 소스 종류까지 총 24종의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는 사실이 지난 27일 알려졌다. 오뚜기는 한나절 만에 "물가 안정에 동참한"며 가격 인상 결정을 자진해서 철회했다.
롯데웰푸드와 풀무원 역시 물가 안정에 동참한다는 이유에서 기존 가격 인상 계획을 취소했다. 롯데웰푸드는 지난 28일 일부 편의점에 '빅팜(60g)'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당초 롯데웰푸드는 내달부터 빅팜 가격을 기존 2000원에서 2200원으로 10% 인상할 계획이었다. 풀무원도 이달 초 편의점에 보낸 가격 인상 공문을 지난 21일 철회했다. 당초 풀무원은 내달 1일부터 '다논 요거트' 편의점 가격을 올릴 예정이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올해 한 번도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아 연내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었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게 됐다"면서 "최근 다른 식품 회사들이 인상 자체를 철회하는 시국에 섣불리 가격을 올렸다가 정부에게 미운 털이 박힐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기업이 원가 압박을 감내하면서 버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정부의 압박에 식품기업들이 가격 인상을 주저하고 있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정부는 빵, 우유 라면, 말가루 등 주요 품목을 정해 먹거리 물가를 '밀착 관리'하고 있다. 또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는 직접 식품 기업들을 찾아 다니며 고삐를 죄고 있다. 실제로 지난주에는 농심과 삼양라면을 방문했고 이번주에는 지난 28일 빙그레와 CJ프레시웨이를 잇달아 찾아 물가안정 정책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문제는 정부의 압박이 먹거리 물가 안정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란 점이다. 원부자재 가격 상승에다 유가와 인건비까지 모두 올라 장기간 원가 압박을 기업이 감내하기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가격 통제로 식품기업들이 자진해서 가격 인상을 철회하면 일시적으로 물가가 안정될 수는 있다"면서 "하지만 기업들이 원가 압박을 스스로 감내하며 장기간 손해를 감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기업 존폐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정부의 억누르기식(式) 정책은 풍선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슈링크플레이션(중량을 줄여 가격을 올리는 효과를 보는 전략), 한 번 올릴 때 인상률을 최대치로 높이는 것이 대표적인 부작용 사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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