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코드 가게 알바까지 할 정도로 음악을 좋아했던 이 회장은 2000년대 초반 국내 유명 음반 유통회사에 입사해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로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디뎠다.
콘텐츠 기획의 ‘재료’가 음악에서 맥주로 바뀌었을 뿐 자신의 정체성은 그대로라고 했다.
이 회장은 당시 음반이 LP에서 CD로, CD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단계를 현장에서 지켜봤다. 디지털 회사에서 승승장구하던 그도 시대의 변화를 이겨내기는 어려웠다.
이 회장은 국내에 맥주 관련 서적이 단 한 권 있을 때, 해외에서 책을 구해 직원들이랑 밤새 공부하며 수제맥주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우리나라에도 맥주 잡지 하나쯤은 있어야 되지 않겠느냐’고 해서 2015년 비어포스트라는 월간지를 창간했다. 이 회장은 “맛있는 맥주를 전달해보자고 해서 맥주학교도 만들어서 직접 교장도 해봤다”며 “결국 수제맥주 시장이 크려면 미디어(비어포스트)와 교육(맥주학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현재 온라인으로 운영되고 있는 비어포스트는 전국을 누비며 콘텐츠들을 채웠지만, 수익이 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그는 취재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전국의 맥주인들을 다 알게 됐다.
이 회장은 “음악이 LP에서 디지털과 바뀌었지만 음악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며 “맥주도 병이나 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하지만, 맥주 본연의 맛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후 서울 영등포 문래동 철공소 골목에 지금의 양조장과 펍이 함께 있는 ‘비어바나(Beervana)’를 열게 됐다. 비어바나는 맥주(Beer)로 이루는 열반(Nirvana)이라는 뜻이다.
미국에서는 포틀랜드를 두고 맥주의 천국이라고 해 비어바나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회장이 영등포에 펍을 연 이유는 국내 최초로 맥주공장이 세워진 곳이라서다.
이 회장은 협회장과 경영인, 발행인 외에도 수제맥주의 ‘장인’이기도 하다. 비어바나의 맥주 3종이 세계 맥주 대회 ‘아시아 비어 챔피언십 2019’에서 수상한 것이다. 그중의 하나인 ‘영등포터’는 포터·스타우트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는데 부드러운 질감에 달콤함, 고소함, 쌉쌀함을 다 갖춰 수제 맥주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꽤 알려져 있다.
지난 5월, 영등포터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맥주대회로 알려진 월드비어컵(World Beer Cup)에서 한국 수제맥주 최초로 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또한 독일 지난 11월 29일(현지시간) 유럽 최대의 맥주 대회인 유로피언 비어스타(European Beer Star) 2023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2020년 은메달, 2021년 동메달에 이어 세 번째 메달이다.
이 회장은 좋은 양조장은 맛집과 같다고 했다. 그는 “경영 마인드에 따라 아웃풋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나는 맛집을 찾아갈 때 사람을 보고 간다”며 “경영자의 훌륭한 철학과 마인드는 제품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쌓이게 한다”고 말했다.
◆이인기 한국수제맥주협회장 프로필
△1972년생 △콘텐츠기획(음악, 공연, 엔터테인먼트) △크래프트맥주 전문점 슈가맨 창업 △한겨레맥주학교 교장 △맥주잡지 비어포스트 발행인·대표에디터 △맥주전문점 비어포스트바 대표 매니저 △수제맥주 양조장 비어바나 대표 △사단법인 한국수제맥주협회장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