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교육개혁] ① 염재호 총장 "한국 미래교육 '다양성' 필요…외워서 대학 가는 입시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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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선 기자
입력 2024-01-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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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챗GPT 시대, 전공만 가르쳐선 못따라가"

  • "능동·체험학습 통해 문제해결능력 향상을"

  • "'좋은 대학' 졸업장 유효기간 10년도 안돼"

  • "암기식 사교육 대신 창의성 잠재력 키워야"

염재호 태재대학교 총장은 아주경제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AI·챗GPT 등 디지털화 시대에 맞게 우리나라 미래 교육에 다양성이 필요하다며 암기 중심의 교육 제도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태재대학교
염재호 태재대학교 총장은 아주경제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AI·챗GPT 등 디지털화 시대에 맞게 우리나라 미래 교육에 '다양성'이 필요하다"며 "암기 중심의 교육 제도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태재대학교]


염재호 태재대학교 총장은 우리나라 미래 교육에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암기 중심의 교육 제도에 변화가 필요할 때"라며 "인공지능(AI), 챗GPT 등 디지털화 시대에 맞게 패러다임 시프트를 한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 총장은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스마트폰 등을 활용해 기초 지식을 빠르게 습득하고 있다. 이제는 이를 활용해 '자기주도학습'을 키워주는 교육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이른바 '사교육 카르텔'의 뿌리를 뽑겠다고 전언한 것에 "동의하는 입장"이라고 언급하며, "학원에서 가르쳐주는 대로 답을 암기하다 보니 학생들의 창의성이 더 부족해지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암기하고 수능을 잘 봐서 대학 가려고 하는 입시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이제는 자기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학생들이 수능 점수에 맞춰 대학교 가는 건 예전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염 총장과의 일문일답이다.

-고려대 총장에 이어 태재대 초대 총장을 맡고 있다. 태재대 개교일이 2023년 9월인데, 기존 대학교와 가장 차별화한 점이 있다면?

"우선 전공을 최소화했다. 공부는 노동이 아닌 호기심이 생겨서 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주기 위함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문제의식이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걸 통해 문제해결 능력이 향상되면 '자기 주도 창의력'이 늘어나게 된다. 기존 대학들의 교육은 대량 생산 체제인 20세기에 특화돼 있다. 대학교에서 전공 중심으로 객관화된 형식지만 가르치는 20세기 교육에서 이제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새로운 시대로 바뀌었다. 20세기가 생산 체제였다면, 21세기는 정보통신기술(IT), AI 등의 발전으로 문명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 단순히 대학교 학부에서 전공만 가르쳐서 학생들을 졸업시키겠다는 예전의 패러다임은 유효성을 잃고 있다. 태재대에서는 학생들에게 능동 학습과 현장 체험 학습을 통해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기존 대학들과 차별화된 교육 방식이다."

-태재대 학생 선발 기준은?

"수능처럼 훈련받은 학생들이 아닌 우리가 발굴해 원석을 찾는다. 학업 성적은 성실함을 반영하는 것이기에 이것과 학교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가를 바탕으로 면접 대상을 선발한다. 면접은 두 차례에 걸쳐 심층 면접을 보게 된다. 태재대 수업 자체가 다 토론식이기 때문에 토론 면접을 통해 그들의 성격, 실제 경험 여부, 인성 등을 평가한다. 단순히 점수로만 학생들을 평가해 선발하는 것이 아닌 미래의 리더가 될 사람을 뽑는 것이다."

-지난해 9월 신입생을 선발했고 학생도 많지 않은데, 학교 분위기는 어떤가?

"학생 수가 많지는 않지만, 연령대도 다양하고, 여러 경험 등을 쌓은 친구들이 많이 지원했다. 학생들은 다양한 이력이 있는 친구들을 접할 수 있게 돼서 좋다고 하더라.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다양성을 체험하며 더불어 사는 사회에 리더가 되는 능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사회적 능력이 크게 향상 돼서 나가게 될 것이다."

-총장께서 생각하는 인재상은?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글로벌 인재, 미래형, 그리고 자기 혁신형 인재다. 자기 주도하에 자신의 의견을 창의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스스로 의견을 내놓을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역할만 하면 된다."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은?

"암기하고 수능을 잘 봐서 대학에 가려고 하는 교육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이제는 자기 역량을 키워야 하는 시대다. 학생들이 무엇을 잘하는지, 어떤 창의성을 가졌는지, 잠재력은 어떤지 등 학생들이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 단순히 점수를 잘 받고, 시험 기준에 맞춰서 대학교에 들어가는 것이 아닌 '다양성'을 가지고 학생들이 여러 분야에 접해 자기 주체성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신을 포함해 교육계의 인식도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고 발언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인식이 바뀌었으면 하는가?

"이제 기초 지식은 스마트폰이나 코세라, 유데미 등 온라인 강좌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이런 객관화된 기초 지식보다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키워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기존에는 기초 지식을 외워서 시험을 봤지만, 이제는 단순히 외우는 게 아니라 내가 실질적으로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한 초등학교 선생님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일각에서는 선생님이 학생과 학부모 눈치를 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체벌 교육'에 대한 의견은? 

"체벌 교육은 반대한다. 한 반에 정원이 20명도 안 되니 선생님이 학생들을 개별적으로 지도하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더 나아가 학교에서는 휴대폰을 쓸 수 없게 하는 등 생활지도 시스템을 만들어 학생들을 컨트롤해야 한다. 학생들이 다 학원에 가서 배워오니까 요즘 선생님들이 제대로 안 가르쳐주는 것도 문제다. 학생들 인원수가 얼마 되지도 않는데, 한 명 한 명 개별 지도하듯이 가르쳐 줘야 한다. 체벌이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이 바뀌어야 하고, 선생님들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학부모들이 선생님 혹은 학교에 불만이 있으면 이것도 시스템으로 해결해야 한다. 학생이나 학부모와 문제가 있으면 개별 교사가 아니라 전체 차원이나 교장·교감 선생님 등 학교 리더들이 문제를 해결해 줘야 한다. 교장 선생님의 역할이 그러한 문제가 있을 때 선생님을 보호해 주는 것 아닌가."

-정부가 2024학년도 수능부터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을 배제한다고 발표했지만, 만점자가 1명만 나오는 정도의 '불수능'으로 평가받았다. 향후 해결 방안은?

"예전부터 얘기했지만, 수능은 자격시험으로 가야 하고, 대학 입시 자율화가 이뤄져야 한다. 고려대에서 총장 재직 시 입학처 대신 인재발굴센터를 신설해 수능이나 논술보다 심층 면접을 통해 학생들을 선발했다. 약 85%의 학생을 심층 면접을 통해 선발했는데, 이전에는 약 700개 고등학교에서 합격생이 배출됐는데, 사교육으로 준비하는 수능과 논술 대신 심층 면접으로 학생을 선발하게 되니 합격생을 배출하는 학교가 약 1000개로 늘어나더라. 수능을 가장 공정하다고 아직도 고집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강남 학부모라고 한다. 자식들이 강남 학교에서는 수시로 가는 것이 불리하니까 재수를 해서라도 학원에서 수능 훈련을 받아 높은 수능 점수로 좋은 대학을 보내겠다는 마음이다. 하지만 이제는 좋은 대학 나와도 졸업장의 유효기간이 10년도 되지 않는다. 이제는 100세 시대인데, 자기 스스로 능력을 계속 계발하지 않으면 직장에서 50대 중반이면 은퇴하고 만다. 좋은 대학 졸업장이 과거 시험 붙으면 평생 먹고살 수 있던 양반 신분과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른바 '사교육 카르텔'의 뿌리를 뽑겠다고 선언했지만, 여전히 대치동·목동 중심의 학원들이 지배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은?

"그동안 줄곧 '사교육 카르텔'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논술 출제 위원장을 오래 했는데, 총장이 되자마자 논술을 없애고 심층 면접으로 바꾼 이유가 학생들이 다 학원에 가서 똑같은 답변을 준비하고 오더라. 채점하다가 아주 기발한 아이디어라서 점수를 많이 줬는데, 다음 학생 답변을 채점하다 보니 똑같은 답변이 또 나오더라. 학원에서 배워서 답하는 게 무슨 창의적인 능력이라고 평가할 수 있나. 엄마들이 유치원도 들어가기 전부터 좋은 대학교 보내려고 사교육에 매달려서 돈을 쏟아붓는데, 그럴 필요 없다. 각 학생이 가진 잠재 능력을 파악해 이를 잘 키워주는 것이 좋은 교육이다."

-새해를 맞았다. 2024년 우리나라 교육에 있어 필요한 점은?

"'다양성'이다. 세상이 얼마나 넓은가. 한 나라에서만 교육받는 시대는 지났다. 내가 세계 곳곳에 다니면서 K-에듀를 많이 얘기하는데, 우리나라 교육이 전에는 암기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예를 들어 호주는 지금 교육이 완전히 미래형으로 바뀌어 교실 없이 수업이 진행되고, 학생들이 토론이나 프로젝트 형식의 교육을 받고 있다. 우리도 미래형 즉, 문제 해결형으로 교육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이제 상당히 많은 지식의 전수는 AI가 할 거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언급한 것이 있는데, 선생님들이 학생의 실력을 확인하려면 중간고사를 봐야 알 수 있는 건데, 이제는 AI가 학생을 몇 번 테스트해 보면 학업 수준을 금방 알 수 있다. 그래서 그거에 맞춰 학생에게 맞는 수준으로 가르치면 된다는 것이다. AI가 다 할 수 있는 세상으로 바뀌고 있다. 너무 빨리 변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미래에 대해 관심을 두고 공부해야 한다."

<염재호 태재대 총장 약력>
△1955년 1월 4일생 
△現 태재대학교 총장
△現 서울대학교 이사
△1978년 고려대학교 법학대학 행정학 학사 
△1989년 미국 스탠퍼드대 정치학 박사 
△2018년 저서 <개척하는 지성> 
△2015~2019년 고려대학교 제19대 총장
△2020년~현재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행정학과 명예교수
△2019년~현재 SK주식회사 이사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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