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측이 주장한 50인 미만 사업장 대상 중처법 유예 개정안은 결국 이날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반대로 전날 법제사법위원회에도 상정되지 못한 데다가 이날 본회의 직전까지 벌어진 협상에서도 양측 이견이 좁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직전 규탄대회에서 "협상 초기 민주당이 요구한 조건을 정부와 우리 당, 중소기업, 경제단체들이 최선의 노력을 해 응했지만, 민주당은 또 다른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에서 현장의 반발로 추진하지 못했던 산업안전보건청 설치를 법안 처리 기간이 이틀밖에 남지 않은 이 시점에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법안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소상공인과 서민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자력과 인력을 갖춘 대기업과 그렇지 못한 50인 미만 사업장 양자 간 격차를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법을 적용하는 건 정치가 역할을 다하지 않는 것"이라며 우려를 드러냈다.
민주당이 내건 조건은 △산업안전보건청 설치 △지난 2년간 법 시행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정부의 공식 사과 △향후 2년간 구체적인 재해 예방 준비 계획과 예산 지원 방안 발표 △2년 유예 후 법을 반드시 시행한다는 정부와 경제단체 공개 약속 등이다.
중처법은 2021년 공포됐다. 사업장에서 1명 이상 사망·부상·질병자가 10명 이상 발생하는 중대재해 사고사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혹은 10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게 골자다.
다만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전면 시행될 경우 현장의 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로 50인 이상 사업장에 우선 적용됐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오는 27일부터 적용을 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중소기업계는 2년 유예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 기업 1053곳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달 발표한 '50인(억)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이행 준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94%가 "중대재해법 적용 준비가 완료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 이들 중 84%는 오는 27일까지 중처법 준비가 어렵다고 응답했다.
이에 민주당은 1월 임시회 기간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는 다음달 1일까지 논의 창구를 열어두고 협상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한 의원은 아주경제에 "2월 1일 본회의에 중처법 유예 개정안에 부칙을 새로 달아서 올리고, 여야가 합의하면 유예가 가능하다"며 "합의가 어려워서 그렇지 방법은 항상 다 있다"고 전했다.
다른 의원도 "50인 미만 기업 중처법 확대는 당으로서도 부담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올해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지역구에 제조업체 등 중소기업이 몰려있는 의원들은 우려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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