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38년까지 적용되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이 오는 3월 이후 발표될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가 탈원전 정책 폐기를 국정 과제로 내세운 만큼 제11차 전기본에 담길 신규 원전 건설 여부와 규모 등에 이목이 쏠린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에너지 전문가들과 정부 관계자들이 참여한 '11차 전기본 수립 총괄위원회'는 현재 신규 원전 건설 규모, 신재생에너지 비중 등 주요 쟁점에 대해 논의 중이다. 실무안에는 신규 원전 건설 여부, 2038년까지의 발전원별 구성비(믹스) 등 11차 전기본의 핵심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당초 정부는 지난해 12월까지 실무안을 마련하고 올해 상반기까지 부처 협의, 국회 보고 등의 절차를 거쳐 11차 전기본을 확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신규 원전 건설을 포함하기 위한 전력 수요 전망을 놓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주요 쟁점과 관련해 전문가 위원들 사이에서 100% 의견 정리가 되지 않아 논의가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다"며 "민감한 발전 사업 허가 근거가 되기 때문에 전기본 마련 과정에서는 정합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2038년까지 적용될 11차 전기본의 핵심은 신규 원전 건설 포함 여부와 규모다. 탈원전 정책을 내세우던 문재인 정부 시절과 달리 이번 전기본 실무안에는 최소 원전 2기 이상 건설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이번 전기본 실무안에 들어간다면 신한울 3·4호기 건설 계획이 반영된 2015년 7차 전기본 이후 9년 만에 신규 원전 건설이 공식화된다.
정부는 반도체,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신규 투자, 전기차 확산 등으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 등 미래 전력 수급 여건을 감안하면 안정적 기저 전원인 원전의 추가 건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력 업계에서도 문재인 정부 시절 백지화한 천지 1·2호(영덕)와 대진 1·2호(삼척) 건설 계획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앞서 산업부는 "신규 원전 도입 등으로 비용 효율적인 전원 믹스를 구성하는 합리적 전력 공급 능력 확충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실상 신규 원전 건설 논의 본격화를 예고한 것이다.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비중 등 장기 에너지 믹스 목표에 추가 변화가 있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10차 전기본(2022∼2036년)에서는 2036년 전원 믹스를 원전 34.6%, 석탄 14.4%, 액화천연가스(LNG) 9.3%, 신재생 30.6%, 수소·암모니아 7.1%, 기타 4.0%로 정했다. 11차 전기본에서 신규 원전 계획이 포함될 경우 2038년 전원 믹스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36년의 34.6%보다 소폭 증가할 수 있다.
전기본 논의 과정에 밝은 소식통은 "내부에서 3기 이상의 원전 건설 계획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원전 업계에서는 건설 효율을 고려할 때 2기, 4기 식으로 짝수 건설이 효율적이라는 의견을 내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11차 전기본 실무안이 나오면 관계 부처 협의, 국회 보고 등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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