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임대차 2법'으로 불리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의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도입 4년 차를 맞아, 제도 폐지를 비롯한 정책 개선 요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임대차 2법'에 따른 전세계약 4년(2+2) 만기 시점과 맞물려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전세 물량이 대거 나와 전셋값 상승폭을 끌어 올리는 기폭제가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다.
5일 아주경제가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주택임대차보호법 제도의 개선 방향에 대한 평가를 청취한 결과 상당수 전문가들은 '제도 폐지' 의견을 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임대인보다 오히려 임차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이유에서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임대인의 사유 재산을 침해하는 소지도 있지만 결국 임차인이 과도하게 임대료를 올려줘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올해 7월 이후에도 임대료가 많이 올라갈 것이다. 2년에 5% 인상으로 제한한 것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돼버린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임대차 2법' 도입 4년 차를 맞아 제도가 전셋값 상승폭을 다시 밀어 올리는 기폭제가 되는 것은 아닌지 예의 주시하는 상황이다. '임대차 2법'은 지난 2020년 시행된 이후 전세난을 심화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세입자에게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갱신계약해지권'을 부여한 것도 시장의 부작용을 초래했다.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넘어서는 '역전세'가 기승을 부렸던 지난해 중반에는 전세 계약을 갱신하자마자 가격이 저렴한 전셋집으로 이사를 가겠다며 전세금을 돌려달라는 세입자가 급증해 집주인의 전세금 반환 문제도 대두됐다.
심형석 미국 IAU 교수(우대빵연구소 소장)도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목적과는 다르게 임차인들이 피해를 받는 경우가 더 늘었다"며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임대차법을 폐지하고 이전 제도로 돌아간다면 문제는 자연스럽게 소멸할 것"이라며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여부에 따른 임대 시장의 이중 가격과 매매 가격에 미친 영향도 정상화될 것"이라고 했다.
국민 주거생활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와 달리 시장에서 부작용이 계속되자, 정부는 지난해 '제도 폐지'까지 거론하며 대대적인 정책 변화를 예고했다.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2022년부터 주택 임대차법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국토연구원이 진행하는 해당 용역 결과는 당초 올해 1월에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오는 4월 29일까지 기간이 연장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도 폐지와 개선, 두 가지 경우의 수에 대한 시뮬레이션 등 추가 검토가 필요해 연구 용역 기간을 연장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제도가 이미 시장에 자리잡고 있어 개선안 도출이 쉽지 않다는 게 정부의 고민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5일 기자간담회에서 "임대차 2법은 집주인의 권한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면서도 "다시(법 개정 이전으로) 되돌리는 건 신중해야"한다고 했다.
또 최근 헌법재판소도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규정한 주택임대차보호법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려 제도 폐지보다는 점진적 개편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높다. 전월세 임대료 인상률을 10% 안팎 또는 주변 전셋값의 일정 수준 안에서 협의할 수 있도록 조정하는 방안 등이 예상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는 "계약갱신청구권의 경우 '3+1'로 학제에 따르는 방안으로 일부 수정을 하고 전월세상한제의 경우 금액을 정해 소액 임차인은 보호하고 고액 임차인은 시장 자유에 맡기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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