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생물(生物)인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통계를 통해 알기 쉽게 풀어냅니다. 수많은 부동산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시장을 관통하는 큰 물줄기를 읽어낼 수 있는 숫자와 통계, 이슈를 분석해 전달해 드립니다. <편집자주>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5개월 만에 반등해 2500건을 기록했다.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매매가격 하락 폭도 줄어들고 있다. 최근 1기 신도시를 비롯한 노후계획도시의 재건축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그린벨트, 군사시설보호구역 이슈까지 더해져 개발 기대감이 시장을 자극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1월 아파트 거래량 2500건 돌파..."개발 기대감 영향"
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매매 계약 건수는 2523건으로, 전월(1824건)보다 38.3% 늘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8월 3899건에서 4개월 연속 감소해 12월에는 1824건까지 줄었다. 지난해 아파트 거래 회복을 이끈 특례보금자리론이 소진되고,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매수세가 위축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봄 이사철을 앞둔 상황에서 시중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내리고, 신생아 특례대출이 출시되면서 급매물 중심으로 거래가 다시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를 포함한 전체 주택 매매 건수도 증가세다. 국토교통부가 29일 발표한 '1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주택 매매 건수는 4만3033건으로 지난해 12월(3만8036건) 대비 13.1% 증가했다. 지난해 1월(2만5761건)에 비해서는 67%가 증가한 수치다.
아파트값 하락 폭도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첫째 주(4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0.02% 떨어져 전주(-0.02%)와 동일한 하락 폭을 기록했다. 송파구는 3주 연속 상승했고, 서초구도 보합세로 돌아섰다. 광진구, 동작구 등도 보합세를 유지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올해 들어 재건축 등 규제완화와 여러 대책들이 발표되면서 매수 심리가 다소 살아나고 있는 흐름"이라며 "부동산 가격의 선행지표인 거래량이 회복하고 있고, 금리 추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적어진 만큼 당분간 우상향하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노원구, 강남구, 송파구 등 재건축 단지가 모여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량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난달 26일부터 도입된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때문에 대출 한도가 줄어드니까 미리 1월에 집을 산 수요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집값 상승 전망 시기상조...줄다리기 형세 이어질 것"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거래량 회복이 추세적인 집값 반등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여전한 데다 주택 구입과 밀접한 대출 한도가 축소되는 등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으로 회복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관측이다.
실제 빅데이터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6일 기준 8만149건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다시 8만건을 넘어섰다. 시장에 매물이 늘어나는 건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매물이 쌓이면 집을 판매하려는 집주인이 호가를 내리는 경우가 많아 집값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투자 수요를 보여주는 외지인의 서울 아파트 매수세도 늘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외지인 매수 비율은 22.9%를 기록했다. 1년 전인 2023년 1월 29.1%에 비해 6.2%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외지인 매입은 주로 투자목적인 경우가 많은데, 올해 투자로 수익을 낼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투자자들이 움직임을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은 "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증가했으나 여전히 평년의 절반 정도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앞으로 거래량이 크게 늘어날 요인이 적은 만큼 당분간 매도자와 매수자 간 줄다리기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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