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이달 초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요원들을 서울시 서초구 제일약품 본사 등에 투입, 세무조사에 필요한 관련 자료 등을 예치했다.
서울국세청 조사4국은 일반적 정기세무조사가 아닌 비정기 또는 기획 세무조사만을 전담하는 곳이다. 주로 기업 탈세나 비자금 조성 등에 관한 혐의 또는 첩보가 있을 때 조사에 착수한다.
업계에서는 국세청이 이번 조사에서 제약업계 오랜 관행인 불법 리베이트나 계열사·거래처 간 거래 과정에서 세금 탈루 여부를 검증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제일앤파트너스의 지난해 매출은 256억5616만원으로 이 중 98%에 해당하는 251억1764만원을 수수료 명목으로 제일약품으로부터 벌어들였다.
제일앤파트너스가 제일약품으로부터 벌어들인 매출은 2019년 182억원, 2020년 204억원, 2021년 230억원, 2022년 233억원, 2023년 251억원 등 최근 5년간 1101억원에 달했다.
제일약품은 지난해 말 기준 지주사이자 한승수 회장 소유의 제일파마홀딩스가 49.2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 회장 3%, 배우자인 이주혜씨 2.4%, 친인척인 한응수씨 6.32%, 한상철씨 0.61%, 한보연씨 0.37%, 민이영씨도 0.32%의 주식을 갖고 있다.
제일약품의 지주사인 제일파마홀딩스는 한 회장과 친인척이 73.16%의 지분을 가지고 그룹 전체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배구조상 제일앤파트너스가 제일약품으로부터 벌어들인 이익은 제일파마홀딩스를 거쳐 오너인 한 회장 일가로 흘러갈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제일약품은 본지에 “해당 매출은 판매대행 관리 수수료”라 해명했다. 제약업계에선 영업조직을 없애고 별도 의약품영업대행업체(CSO)에 영업을 일임하는 추세인데 제일앤파트너스는 이들 CSO를 관리하려는 목적으로 제일약품으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또 제일앤파트너스 역시 제일약품에서 벌어들인 매출 대부분을 CSO에 판매대행 수수료로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수료는 회사 간 구체적 계약에 근거해 지급돼야 한다. 그러나 쌍방 간 목적 부합성, 거래 금액 적절성 등을 따져 목적이 적합하지 않거나 액수가 과다하다면 부당거래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
제일약품이 제일앤파트너스와 같은 판매대행 관리를 위한 별도 회사를 설립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판매대행 관리만이 목적이라면 제일약품 내 별도 조직을 두고 운영하면 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제일앤파트너스가 제약업계 오랜 관행인 리베이트 지급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중간 자금 통로일 가능성을 주목하는 이유다.
제약업계에선 오랜 기간 불법 리베이트 문제로 몸살을 앓아왔다. 제약사는 CSO에 과도한 수수료를 지급하고, CSO는 제약사 대신 리베이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해왔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는 CSO가 의약품 공급자에 해당하지 않은 점을 악용한 꼼수로 제약사 입장에선 CSO의 불법 리베이트가 적발되더라도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점을 악용하는 방식이다.
제일약품은 과거에도 불법 리베이트 등의 문제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표적이 돼왔다.
제일약품은 2021년 11월 공정위로부터 불법 리베이트 의혹 관련 현장 조사를 받았다.
2019년에는 식약처로부터 일부 의약품 판매업무 정지 3개월 처분을 받았다. 의약품 ‘악토제닉정35㎎(리세드론산나트륨)’의 채택·처방유도 등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의료기관 개설자 또는 의료기관 종사자 등에게 금전 등을 제공했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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