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하락세가 16주만에 멈추면서 집값 바닥론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집값 회복과 함께 매수심리도 같이 상승하면서 집값 반등 신호가 나온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아파트 매물이 8만건을 웃도는 등 적체돼 있어 집값이 바닥을 쳤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여건이라는 의견도 있다.
2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 서울 집값은 보합(0%)을 나타내면서 상승 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25개 자치구 중 10곳에서 집값이 올랐고 7곳은 보합, 8곳은 하락했다. 전 주에는 집값이 상승한 자치구가 5곳에 불과했지만 한 주 만에 두 배 많은 곳에서 상승세를 보였다.
매수 심리를 보여주는 매매수급지수도 6주 연속 오름세다. 지난 18일 기준 86.6으로 전주(85.7) 대비 0.9포인트(p) 올랐다. 매매수급지수는 아파트 매매시장의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이다. 기준선(100)보다 수치가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뜻이고, 100보다 높으면 그 반대다.
그러나 아직은 본격적인 집값 상승세를 점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거래량이 지난해 4분기 대비 다소 회복세에 있지만 여전히 미미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연중 최저치(1824건)를 기록한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올해 1월 2569건, 2월 2486건으로 늘어났으나, 이달(27일 기준) 1404건에 그친 상태다. 계약 후 30일이 이내라는 실거래가 신고기간을 감안해도 전달 거래량을 뛰어넘기는 힘들 전망이다.
거래가 위축되면서 매물도 쌓이고 있다.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물은 8만3320건으로 지난달 27일 대비 6.7%가 증가했다. 서울 아파트 매물이 8만건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만이다.
이러한 거래 부진과 매물 적체에 대해 업계에서는 스트레스 DSR 시행 이후 수요자들의 구매여력이 감소한 영향으로 보고 있다. 스트레스 DSR은 기존 DSR에 미래 금리상승 가능성까지 추가해 상환 능력을 판단하는 제도다. 변동금리 대출 이용시 금리상승으로 인한 원리금 상환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을 포함해 일정 금리를 추가로 부과하게 돼 대출한도가 줄게 된다.
지난 1월부터 시행된 신생아 특례대출도 기대만큼의 파급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모습이다. 신생아특례대출의 수요 대부분이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더 낮은 금리로 갈아타려는 대환대출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신생아 특례대출을 시작한 올해 1월 29일부터 이달 8일까지 40일 동안 4조193억원의 대출 신청이 들어왔다. 이 중 주택 구입 자금 대출(디딤돌) 신청이 3조2139억원으로 전체의 80%를 차지했으며, 이 중 대환대출 신청 규모가 2조1241억원으로 구입 자금 대출 신청액의 66%에 달했다. 구입 자금 대출에서 대환이 위주가 되며 출시 이후 한 달 동안 7만7000명이 17조5000억원(대환 용도 51.5%)을 신청한 특례보금자리론만큼의 위력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대출 여력이 줄어들면서 거래도 가격이 낮은 급매물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금액은 9억5793만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1월 평균 10억5082만원, △2월 평균 10억7662만원을 기록했으나 이달 들어 9억원대로 떨어졌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스트레스DSR 시행 이후 매수자들의 대출금액이 줄어든 상황에서 특정 가격 아래로는 팔려고 하지 않는 상황이라 아파트 매물이 적체되고 있다"며 "급매 위주 거래가 이뤄지면서 평균 거래금액도 낮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매물이 늘어나는 현상을 거래 부진으로만 해석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급매가 줄어든 가운데 시장에서 소화가 된다고 판단한 집주인이 매물을 내놓고 있다고 볼 수 있다는 얘기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급매가 줄어든 가운데 시장에서 소화가 된다고 판단한 집주인이 매물을 내놓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며 "다만 여전히 시장이 혼조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라 단기간에 집값, 거래량이 반등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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