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일 정부와 의료계 간 핵심 쟁점인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과 관련해 "의료계가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면서 일단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의대 증원·의료 개혁,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의료계가 증원 규모를 2000명에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집단행동이 아니라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시해야 마땅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어떤 연구 방법론에 의하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최소 1만명 이상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헌법적 책무를 이행하고, 급격한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 출범 후 의료계와 37차례 증원 협의, 영국‧프랑스‧독일‧일본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사례 등을 상세히 소개하고 "꼭 2000명을 고집할 이유가 있나, 점진적 증원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묻는 분도 있다"며 "애초에 점진적인 증원이 가능했다면 어째서 지난 27년 동안 어떤 정부도, 단 한 명의 증원도 하지 못한 것인지 묻고 싶다"면서 의료계의 소극적인 자세를 질타했다.
그러면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갈수록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러한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을 인질로 잡고 불법 집단행동을 벌인다면 국가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수밖에 없다"면서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행정처분'이 진행되고 있음을 소개하며 조속한 현장 복귀를 압박했다.
끝으로 윤 대통령은 "국민 불편을 조속히 해소해드리지 못해 대통령으로서 늘 송구한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동시에 "정책 추진과 성공의 동력은 결국 국민 여러분의 성원과 지지"라며 "국민 여러분과 정부가 손을 잡고 정당한 정책을 함께 추진해 나갈 때 비로소 정책이 성공할 수 있고, 그 혜택을 온 국민이 누릴 수 있다"며 의료개혁에 힘을 실어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이날 담화는 약 51분간 생중계로 진행됐다. 브리핑룸에는 기자들 출입은 허용되지 않았고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 등 대통령실 주요 참모들이 함께했다. 윤 대통령이 특정 현안에 대한 대국민 담화를 한 것은 2022년 10월 '이태원 참사 대국민 담화', 지난해 11월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 대국민 담화'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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