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 등 노후계획도시 재정비를 위한 특별법 시행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시행 시기가 가까워지자 1기 신도시에서는 가장 먼저 개발하는 선도지구에 지정되기 위한 단지 간 경쟁이 한층 달아올랐다. 다만 광범위한 택지를 묶어 통합 단지로 재건축·재개발하는 점을 감안할 때 단지 간 갈등이 발생하면 정비사업이 난항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국토부 등에 따르면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특별법)'이 오는 27일 전면 시행된다.
분당·평촌·산본·중동·일산 등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위한 논의에서 출발해 ‘1기 신도시 특별법’으로 불리는 이 법은 택지를 조성한 지 20년이 지났고 면적이 100만㎡ 이상인 지역을 '노후계획도시'로 지정해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혜택을 제공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재건축 규제·재건축 안전진단 완화를 비롯해 리모델링 시 세대 수 증가, 관련 예산 확보 등이 특별법의 주된 내용이다.
정부는 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노후계획도시에 대한 일부 규제를 잇따라 완화하며 재건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통합 재건축 대상지의 용적률은 이론적으로 법적 상한의 150%까지 높일 수 있다. 3종 일반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하면 용적률은 최대 500%까지 상향이 가능하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일 '노후계획도시 정비 거버넌스'를 통해 사업 기간을 추가로 단축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주민·정부·지자체·공공기관이 거버넌스에 참여해 정비기본계획과 기본방침을 병행해 수립하면 2년, 공사비 갈등을 최소화하면 1년가량 사업 기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국토부는 예상했다.
이에 일산, 분당, 평촌, 산본 등 후발주자들도 속속 주민 설명회를 열고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정부가 이르면 다음달 중 선도지구 공모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선도지구로 지정이 돼야 '빠른 재건축 추진'이 가능하다. 통합 재건축은 순번에 따라 추진된다. 이번에 선도지구 명단에 포함되지 않으면 다시 언제 기회가 올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에 선도지구를 지정하고 내년에는 구체적인 정비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보다 빠르게 재건축을 할 수 있는 신탁 방식의 정비사업을 추진하려는 곳들도 확인된다. 분당 양지마을 6개 단지를 묶어 출범한 통합추진준비위는 지난 6일 주민설명회를 열고 "반드시 선도지구로 지정돼 통합 재건축이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면서 "부동산 신탁 방식 채택과 관련해 주민투표에 부칠 예정"이라고 안내했다.
다만 불안요소는 있다. 여러 단지를 묶어 한꺼번에 재건축 공사를 진행하는 만큼 단지별 이해 타산에 따라 분쟁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는 점이 최대 리스크로 꼽힌다. 단지 간 용도지역, 용적률, 대지 지분 차이가 나면 조금이라도 많이 가진 측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통합 재건축 과정에서 주민 간 이견이 커 분쟁이 발생하면 사실상 선도지구 지정은 물 건너 갔다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는 "재건축 사업성을 판단하는 대표적 지표인 비례율이 개별 재건축 때 A단지 80%, B단지 100%일 때 A·B단지를 통합 재건축 때는 많이 가진 쪽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면서 "B단지는 통합 재건축을 할 이유가 없게 되는 것이다. 주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한다면 사업 지연은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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