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차기 지도부 구성에 대한 당내 의견을 모으며 4·10 총선 참패 후폭풍 수습에 나선다. 현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하다 22대 국회 출범 직후 조기 전당대회를 열고 정식 당대표를 뽑아야 한다는 견해와 '쇄신형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다시 시도해야 한다는 의견이 갈린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재옥 원내대표 겸 권한대행은 15일 4선 이상 중진 당선자들과 별도 간담회를 열어 총선 이후 당의 방향 등에 대한 의견을 청취한다. 참석 대상은 조경태‧주호영‧권영세‧권성동‧김기현‧나경원‧윤상현‧김상훈‧김도읍‧김태호‧이종배‧박대출‧박덕흠‧안철수‧윤영석‧한기호 당선자 등이다.
윤 원내대표 임기가 다음 달 종료되는 만큼 신임 원내대표 선출에 대한 논의도 있을 전망이다. 이날 간담회 참석자들 모두가 차기 당대표와 원내대표 유력 후보군으로 분류돼 일종의 교통정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16일에는 국민의힘과 국민의미래 당선자 108명이 집결하는 총회가 열린다. 여권 당선자들이 한자리에서 모이는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당선자들은 오전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단체 참배하고 곧장 국회로 이동해 머리를 맞대 당 위기 수습 방안을 논의한다. 전날 중진 간담회 결과를 공유하고 백가쟁명식으로 분출될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할 예정이다.
현재 당내에서는 최대한 이른 시기에 조기 전당대회를 열고 당원들이 선출한 대표가 전권을 갖고 당의 쇄신을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점은 21대 국회가 종료되고 22대 국회가 시작되는 6월 이후가 유력하다. 신임 원내대표가 권한대행을 겸임하면서 전당대회 준비에 매진하는 방식이다.
유력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은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지금 비대위가 몇 번째인가. 더 이상 비대위는 아니라고 본다"며 조기 전대에 힘을 실었다. 2016년 제20대 총선 패배 때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이 5월 정진석 원내대표를 새로 선출한 뒤 3개월 뒤 조기 전당대회를 열고 이정현 대표를 선출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이준석‧김기현 지도부는 2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붕괴했고, 이후 권성동‧윤재옥 권한대행체제, 주호영‧정진석‧한동훈 비대위체제, 인요한 혁신위체제 등이 있었지만 상당수가 6개월을 채우지 못했다.
만약 조기 전당대회가 열린다면 지난 총선에서 '정권심판론'이 맹위를 떨친 만큼 비윤(윤석열)계가 다소 우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비윤계' 나경원‧안철수 당선자와 유승민 전 의원, 주호영‧권영세‧권성동‧윤상현 당선자 등이 주요 차기 당대표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일각에선 과거 '0선' 이준석 대표(현 개혁신당 대)를 내세워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만큼 여권의 험지 서울 도봉갑에서 당선된 30대 김재섭 당선인을 새로운 당의 얼굴로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조기 전당대회를 계기로 당에 '비윤색채'가 강해지면 당정 갈등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고 자칫 보수 분열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쇄신형 비대위' 주장도 있다. 비대위 체제를 통해 총선 패배 원인을 냉정하게 진단하고 차근차근 재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총선 패배로 당내 친윤계 입지가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이철규‧윤한홍‧박성민 등 친윤계 현역 의원 상당수가 생환에 성공했다. 또 강승규‧김은혜‧임종득‧주진우‧강명구‧박성훈‧조지연‧안상훈 당선자 등 용산 대통령실 참모 출신들이 대거 가세하면서 당내 친윤계 영향력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역대 보수정당 비대위에서 성공 사례로 꼽을 수 있는 것은 2012년 박근혜 비대위 정도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대립하며 '여당 내 야당'으로 활동하면서 '정권심판론'을 비켜갈 수 있었다. 여기에 '경제민주화' 등 파격적인 중도 확장 정책을 펴면서 그해 총선과 이듬해 대선 승리를 이끌어낸 바 있다.
결국 비대위원장 역시 현 정부와 각을 세워야 성공 가능성이 높은 셈이며 전권을 부여하지 않은 명목상 비대위원장을 내세우면 일부 시간끌기에 불과할 뿐 당내 혼란만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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