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오찬을 거절하고 비대위원들과 만찬을 가졌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윤·한(윤석열·한동훈)'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여기에 한 전 위원장이 총선을 앞두고 사퇴 의사를 밝혔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윤·한 갈등'은 회복 불가능한 단계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동훈, 총선 당시 대통령실에 사퇴 의사 전달
25일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한 전 위원장은 지난 16일 서울 모처에서 비대위원들과 2시간가량 식사를 하면서 선거 과정에서 느낀 소회를 공유했다. 이 자리에는 비대위원 전원이 참석했다. 총선 이후 공개 외출에 나선 것도 이날이 처음이다.
한 전 위원장은 윤 대통령과의 오찬 회동을 제안 받았지만 건강 상 이유로 참석하기 어렵다고 거절해 갈등설이 불거졌는데, 총선이 끝나기 하루 전 대통령실에 두 차례나 사퇴 의사를 전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제2의 황교안 되나..전문가들 "한동훈 전대출마 안 할 것"
홍준표 대구시장은 한 전 위원장 저격수로 나섰다. 홍 시장은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한 전 위원장에게 돌리며 연일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2의 윤석열 기적을 노리고 한동훈을 데려온 것이었는데 국민이 두 번 속느냐"며 "선거를 주도한 여당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하고, 총선을 책임지게 한 국민의힘도 잘못된 집단"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천신만고 끝에 탄핵의 강을 건너 살아난 이 당을 깜도 안 되는 황교안이 들어와 대표 놀이 하다가 말아먹었고, 한동훈이 들어와 대권 놀이 하면서 정치 아이돌로 착각해 셀카만 찍다가 말아먹었다"고 꼬집기도 했다. 홍 시장은 선거 유세가 한창이던 지난 4일에도 "총선에서 제 1당이 못되면 '황교안 시즌2'로 전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의힘 전신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는 2019년 입당 후 43일 만에 당대표에 선출됐다. 그러나 2020년 4·16 총선 대패의 책임을 지고 당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2021년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했지만 경선에서 탈락했다.
전문가들은 한 전 위원장의 전대출마설에 비관적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한 전 위원장을 제2의 윤석열 혹은 황교안으로 비유하는 것은 차기 대선주자로서 홍 시장의 라이벌 의식에서 나온 것"이라며 "한 전 위원장이 전대에 출마하면 성찰과 반성이라는 변화의 기조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 전 위원장이 전대에 출마하면 총선 책임론이 또다시 불거질 수 있다"며 "이미지 소모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 교수는 “이번 선거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에 당분간은 휴식기를 가지는 게 좋다"며, "당대표가 임기를 채우고 사퇴하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에 한 전 위원장에게도 기회는 얼마든지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