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이 한층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료특위)가 25일 출범했지만 의사단체가 참여하지 않으면서 '반쪽 특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특위는 의대 증원 문제도 다루지 않을 전망이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사단체들이 '의대 입학정원 증원 백지화'를 내건 만큼 향후 의료특위에 참여할지도 미지수다. 이날부터 의대 교수들 사직 효력이 발동한 가운데 환자들만 직격탄을 맞는다는 우려가 나온다.
의료특위 위원장을 맡은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첫 회의에서 "정부 의료개혁은 의료체계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라며 "시기상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의료 현장 혼란을 계기로 의료전달체계를 비롯한 의료체계 전반에 대한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의료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의료특위는 노 위원장을 비롯해 6개 중앙행정 기관장(기획재정부·교육부·법무부·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금융위원회)과 공급자단체, 수요자단체, 관계부처가 추천한 민간위원 20명으로 구성된다. 부위원장으론 민간위원 중 의료계 인사를 위촉할 계획이다.
회의에선 △의료개혁 추진 배경·경과 보고 △의료개혁 방향·논의 의제 설정 △의료개혁특위 구성·운영계획을 논의했다. 2차 회의에선 전문위 구성 방안과 의료개혁 과제별 실행 계획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노 위원장은 의료특위에서 '의대 증원' 문제를 다루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의료특위는 의료체계·제도 개혁을 큰 틀에서 논의하는 기구"라며 "의료인력 수급 조정에 관해선 얘기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의대 증원 규모를 말하는 기구는 아니다"고 말했다. 향후 의료인력 수급 여건에 따라 의대 정원을 조율할 수 있도록 제도화할 수는 있지만 올해 증원 규모를 결정하지는 않는다는 말로 풀이된다.
정부는 전날 의료계가 '통일된 의대 증원안'을 제시하면 2026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를 다시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고2 학생이 치르는 입시부터 의대 증원 숫자를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향후 의사단체들이 의료특위에 참여할지도 미지수다. 의료특위 공급자단체로 지정된 의협과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이날 회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의료특위에서 의대 증원에 대한 문제를 다루지 않겠다고 한 만큼 두 단체 참여는 요원해 보인다. 이들은 '의대 증원 백지화'가 정부와 대화하기 위한 조건이라는 주장이다.
환자들 긴장감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이날부터 의대 교수들이 제출했던 사직서 효력이 발생하면서다. 아직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성모병원·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 등 이른바 '빅5' 병원에서 뚜렷한 사직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전공의에 이어 현장을 떠나는 교수가 점차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대 의대 교수 비대위 관계자는 "교수들이 지난달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기 시작했다"며 "사직을 희망하는 날짜가 다르기도 하고, 각자 일정에 따라 현장을 떠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전날까지 사직서를 제출한 교수를 집계한 결과 전체 중 7%인 것으로 파악됐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