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대표 전자상거래(이커머스)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엇갈렸다. 치열한 경쟁에 알리바바는 어닝쇼크를 기록했지만, 후발주자로 통하는 징둥은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거뒀다. 전 세계에 테무 바람을 일으킨 핀둬둬(PDD)도 조만간 1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일부 월가 큰손들은 중국 이커머스주를 대거 사들였다.
16일 징둥은 실적발표를 통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0% 증가한 2600억 위안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 전망치(25891억 위안)를 소폭 웃도는 수준이다. 순이익은 17.1% 늘어난 89억 위안으로, 역시 전망치(74억 위안)를 뛰어넘었다.
징둥이 중국 정부의 이구환신 정책(노후화된 가전·자동차 등을 교체할 때 보조금 지급)에 따라 가전 분야 판매 제품을 확대한 것도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가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3% 상승한 1232억 위안에 달했다.
반면 징둥과 함께 중국 전자상거래업계 양대산맥으로 통하는 알리바바는 1분기 실적이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매출은 2219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보다 7% 증가하며 전망치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으나, 순이익은 11% 줄어든 244억 위안에 그쳤다.
‘초저가’ 전략을 앞세운 핀둬둬가 경기 침체를 틈타 시장 점유율을 잠식한 영향이 컸다. 중국 전자상거래업계 후발주자인 핀둬둬는 가성비 제품으로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 4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달성한 바 있다. 당시 주가도 급상승하며 한때 알리바바를 제치고 중가이구(中概股, 해외 증시에 상장한 중국기업) 중 시가총액 1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핀둬둬의 1분기 실적은 오는 22일에 발표될 예정이다. 중국 소비자들의 가성비 선호 현상에 더해 핀둬둬의 글로벌 플랫폼인 테무의 흥행으로 1분기 역시 실적 호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다만 핀둬둬는 테무 매출을 따로 공개하지는 않는다. 테무는 미국 시장에서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나 아직 투자 단계로 흑자 전환되지는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전자상거래업계에 대한 투자 의견은 엇갈린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인 공공투자기금(PIF)과 마이클 버리가 이끄는 사이언에셋 매니지먼트는 알리바바와 징둥 지분을 대폭 늘렸다. 반면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은 지분을 줄였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기업들의 1분기 보유주식현황보고서(13F)에 따르면 PIF는 알리바바 주식 15만3500주를 추가로 매수해 지분을 11%나 늘렸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알리바바의 저조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 목표주가를 기존 99달러에서 103달러로 상향 조정하고, 투자등급을 ‘매수’로 유지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견해 '공매도 전설'이라고 불리는 버리도 알리바바와 징둥 지분을 각각 67%, 80% 늘렸다. 1분기 기준으로 징둥은 사이언에셋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최대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이들은 중국 경제 회복에 힘입어 중국 기업 실적이 호조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 중국 증시는 올해 초 저점을 찍고 반등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중국지수는 현재 1월 저점 대비 28% 가까이 급등했으며 홍콩·뉴욕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주식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 알리바바 주가는 24% 뛰었다.
다만 테마섹은 알리바바 주식을 약 35만6000주 매도했다. 테마섹은 지난 2월 2년 전 매수한 중국 제약회사 그라셀 바이오테크놀러지스 주식도 전부 처분하며 중국 증시에 비관론을 더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에 대해 "너무 이른 판단으로 최근의 반등을 놓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