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상승 요인을 두고 정부와 민간 측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신생아 특례대출을 전세가 상승 원인으로 지목한 반면 부동산 전문가들은 신생아 특례대출이 시장에 영향을 준 것은 맞지만 근본 원인은 ‘공급 부족’에 있다며 공급 확대를 통해 시장의 수급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 9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전세 가격 상승 원인으로 전세사기, 임대차 2법(계약갱신 청구권·전월세 상한제)과 함께 올해 1월 말부터 시행한 신생아 특례대출을 꼽았다. 특히 '신생아 특례대출이 전세 시장으로 (영향이) 넘어왔다는 데 일리가 있느냐'는 사회자 질문에 박 장관은 "상당히 일리가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버팀목 대출 등으로 서민을 위해 저리로 전세자금을 빌려줬는데 전세에 대한 과소비를 불러일으켰다"며 "전세는 소비 행위인데 (정책대출로) 15평 집에 살 전세를 20평 집에 사는 과소비 현상도 있지 않을까 우려 섞인 시각으로 시장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장관 발언은 저금리 정책대출이 없었다면 작은 평수에 살았을 가구가 대출을 활용해 넓은 집을 선택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도 신생아 특례대출을 이용해 신규로 전세 계약을 맺는 비중이 늘면서 전셋값 상승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4월 29일까지 신청된 신생아 특례대출 전세자금대출(버팀목) 규모는 1조1956억원(6338건)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신생아 특례대출이 전세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근본적인 원인은 결국 시장 내 수급 불균형에 있다고 지적한다. 전세사기 등으로 전세수요가 크게 늘어난 데 비해 입주 물량 감소 등으로 전세 공급은 이뤄지지 않아 공급자 우위 시장이 계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신생아 특례대출이 예전 특례보금자리론만큼 대규모 예산이 아니기 때문에 근본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주택 공급 위축과 함께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로 전세 물량 공급 자체가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전세 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아파트 민간 주택임대사업자 부활 등 적극적인 정책까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 교수는 "당장 신규 물량을 공급하기 어렵기 때문에 임대 물건을 단기간에 확보하기 위한 다주택자 주택임대사업자 제도 부활 등도 고려할 만하다"며 "주택 공급을 막는 규제를 풀어 임대 시장에 물건이 계속 공급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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