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등 수도권이 주도하던 전세 가격 상승세가 지방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지난주 지방 전세 가격은 19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서기도 했다. 전세사기 여파로 세입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의 입주 물량이 급감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면서 '전세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2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지방 아파트 전세 가격이 0.02%로 전주(-0.02%) 대비 0.04%포인트(p) 올라 상승으로 돌아섰다. 지난 1월 셋째 주 하락 전환한 이후 19주 만이다.
수도권을 뺀 14개 시도 가운데 충남, 전북, 강원, 울산 등 8곳이 상승해 전체 지방 아파트 전세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충남은 전주 대비 0.13% 올랐고, 전북(0.10%), 강원(0.09%), 울산(0.05%) 등도 상승했다.
서울 지역 중심으로 이뤄지던 전세 신고가도 지방에서 속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1일 부산광역시 재송동 '센텀리슈빌1단지' 전용 113㎡는 2022년 6월 최고가 5억원 대비 8000만원 오른 5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대구광역시 중동 수성데시앙리버뷰 전용 140㎡는 지난달 14일 5억5000만원에 팔렸다. 이는 지난 2022년 9월 5억원 대비 5000만원 상승한 수준이다.
전국의 아파트 전세 중위가격도 9개월 연속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3.3㎡(평)당 전세 중위가격은 1385만원으로, 지난해 7월(1118만원)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현재 전세 가격이 상승 곡선을 그리는 것은 수요 대비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란 의견이 적지 않다. 전세수급지수 100을 넘긴 지방 도시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이미 서울은 이달 첫째 주부터 3주 연속으로 기준인 100을 넘어선 상태다. 전세수급지수가 100을 넘으면 전세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올해 들어 광역시에 이어 지방 도(道)단위 지역에서도 전세 수급 위험신호가 감지된다. 지난 2~3월 두 달간 대전광역시에서 전세수급지수가 4주나 100을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부동산 호황기였던 2021년 12월 첫째 주 이후 최초다. 지난주에는 충남의 전세수급지수가 전주(지난 13일 기준) 대비 2.8 오른 100.9를 기록했다.
전국적으로 전세 공급물량이 감소하는 것도 전세난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6월 전국 아파트 입주예정 물량이 2만5940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6월 4만2306가구 대비 39% 감소한 규모다. 지방에서는 1만911가구가 입주 예정으로, 지난해 3월 9427가구 이후 1년 3개월 만에 월 기준 가장 적은 입주량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내년이 더욱 문제다. 내년에 전국적으로 신규 입주예정 물량은 24만 가구로 올해 35만3000여가구 대비 32%가량 급감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전세 가격 상승세가 계속되고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드는 내년이면 전세대란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미분양, 신규 입주 규모에 따라 지역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지방에서도 아파트 전세 가격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제 전월세 상승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본격적인 상승 추세에 있다고 봐야 한다. 전세 공급이 개선되지 않을 시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드는 내년이면 전세난이 불거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