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85단독(노한동 판사)은 학교폭력 피해자 모친 이기철씨가 권 변호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이같이 결정했다.
재판부는 "권 변호사와 법무법인은 공동으로 5000만원을 원고에게 지급하라"면서도 같은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 2명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이날도 권 변호사는 재판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다만 민사소송은 형사와 달리 당사자가 출석할 의무가 없다.
앞서 권 변호사는 2015년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숨진 박모양 어머니 이씨를 대리해 2016년 가해자들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그러나 권 변호사는 2022년 9∼11월 항소심 변론기일에 무려 세 차례나 불출석해 패소를 초래했다. 이는 당사자가 3회 이상 재판에 출석하지 않거나 출석하더라도 변론하지 않으면 소를 취하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민사소송법에 따른 결정이다.
이 과정에서 권 변호사는 의뢰인과 어떠한 소통도 하지 않았고 결국 패소 사실을 몰랐던 이씨가 상고장을 내지 못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이날 선고 결과를 들은 이씨는 "선고를 제대로 듣기는 했는지 혼미할 지경이고 이 재판을 왜 했는지 너무 실망이 크다"며 "5000만원이 기존 판례에 비해 큰 금액이라 말할 텐데, 참 멋지시다. 대단한 법정이고 대단한 법"이라고 소감을 남겼다.
그러면서 "권 변호사는 지난해 4월 마지막 통화에서 '민폐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는데도 이후 어떤 해명도 사과도 하지 않은 채 숨어 있다"며 "무책임함이 어디까지 가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본 것 같다"고 분노했다.
법조계에서는 당시 권 변호사가 '조국 사태'를 비롯해 주요 정치적 사건에 논객으로 활동하며 본연의 업무인 변호업무를 소홀히 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과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 소속으로 활동했던 권 변호사는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현 조국혁신당 대표)을 검찰이 기소하며 이른바 '조국 사태'가 벌어지자 조 전 장관을 비판하는 '조국 흑서' 공동 저자에 이름을 올리는 등 논객으로 활발히 활동했다.
지난 4월 이 같은 권 변호사 행각이 알려지며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이씨는 "권 변호사의 불성실한 변론으로 재판받을 권리와 상고할 권리가 침해됐다"며 총 2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당초 법원은 해당 소송을 조정에 회부했으나 이씨는 "권 변호사가 자신에게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다"며 강제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아 결국 재판으로 이어졌다.
아울러 권 변호사는 지난해 6월 해당 사건으로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정직 1년 징계를 받아 현재 변호사 자격이 정지된 상태다.
이씨는 이에 대해서도 "징계가 끝나면 이름 옆에 변호사를 다시 붙일 수 있게 된다"며 "권 변호사를 욕했던 이들은 이 사건을 많이 잊으셨을 것이다. 잊히지 않도록 항소를 당연히 할 것이며 그래도 안 되면 독하게 혀 깨물고 입술을 악물고 대법원까지도 갈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