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에 직접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결제 주기까지 단축되며 증권사들이 즐비한 여의도 풍경이 확 달라졌다. 토요일에도 출근하고 미국 증시 개장 시간에 맞춰 3교대로 밤샘 순환근무까지 하고 있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결제 주기를 2영업일(T+2) 후에서 거래일 다음날(T+1)로 바꾸면서 예탁결제원, 교보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증권사들의 근무 체제가 바뀌었다. 증권사 외화증권 및 전산팀과 같은 관련 부서 근무 시간이 기존 오전 9시~오후 6시에서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로 2시간 앞당겨졌다.
금요일 현지 시간 거래에 맞춰 토요일 근무도 추가됐다. 일부 증권사는 재택근무로 대체하는 한편 예탁원과 다른 증권사는 휴일인 토요일에도 사무실로 나와 거래 업무를 보고 있다.
단축된 결제 주기에 따라 야간 근무 인력도 더 필요해졌다. 신한투자증권은 해외주식파생스크럼팀에서 야간 데스크 직원을 추가 채용 중이다. 기존에도 야간 근무자가 있었지만, 결제 주기가 바뀌면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신한투자증권측은 “한 사람이 조간 1주, 석간 1주, 야간 2주로 돌아가면서 업무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달라진 근무시간과 함께 부수적인 비용도 더 추가됐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 증권, 시황 등 관련 부서는 새벽 출근이 많아 서로들 기피한다”면서 “기피 부서는 그만큼 수당을 더 주는데, 기존에 관련이 없던 결제 관련 부서, 전산팀 등도 이제 새벽 출근이 생겨 야간수당, 서버 관리 비용도 더 들게 됐다”고 말했다.
예탁원 관계자는 “결제승인 신설로 거래일 당일 매매 확인과 결제자료 승인이 되기 위해서는 미국 시간 기준 21시(한국 시간 익일 오전 10시)까지 결제 처리가 필요하다”면서 “이를 고려해 오전 7시 근무와 토요일 근무가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하루 평균 예탁원에 보고되는 매수·매도 결제건수는 5만6000건, 금액은 약 23억 달러(약 3조1664억원)로 집계된다.
미국만 거래 주기가 단축된 만큼 금융투자업계는 대금 계산 등에 실수는 없는지 신경을 써야 한다. 해외 주식 거래를 담당하는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같은 날 홍콩과 미국 주식을 매도해도 미국 주식은 다음날 들어오고, 홍콩은 이틀 뒤 들어온다”면서 “거래 대금 계산에 착오는 없는지 한 번 더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2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현지 결제 주기 단축을 결정했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기 위해 한국도 미국을 대상으로만 거래 주기 단축을 시행했다.
T+2는 주식, 회사채, 상장지수펀드(ETF), 옵션 거래 등을 체결한 뒤 2영업일 뒤에 대금이 결제되는 제도다. 각 증권거래소는 개인 간 거래를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없어 이를 한꺼번에 청산·결제한다.
거래일을 하루 영업일로 앞당기는 이유는 긴 결제 주기가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2021년 미국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세력과 대결을 벌인 ‘게임스톱 사태’ 당시 온라인 증권사 로빈후드는 매매 급증으로 부족해진 예탁금 때문에 매수주문 제한 조치를 걸었다. 결제 기간이 길면 증권사는 더 많은 담보금을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미국 증권당국은 예탁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제 기간을 줄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인도는 미국보다 앞서 결제 주기 단축을 시행하고 있다. 캐나다, 아르헨티나, 멕시코, 영국도 결제 주기 단축을 추진 중이다.
예탁원과 증권사 직원들의 달라진 '워라밸'(일·생활 균형)과 달리 투자자 입장에서는 유동성 확보 측면에서 이점으로 다가온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주식을 매도했을 때 결제 대금을 수령하기까지 시간이 기존의 이틀에서 하루로 단축돼 투자자는 유동성을 더욱 빠른 시간에 확보할 수 있다”면서 “이는 시장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 유동성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해 추가적인 수익을 얻을 기회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내년 3월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NXT)'가 출범한다. 거래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며, 증권사 등 관련 업계 근무 방식이 또다시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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