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7번 연속 동결한 데 이어 통화정책 전환에 대해서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금융사들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기본적으로 고금리 상황은 은행 입장에서 호재지만 연체율 상승과 당국 압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준은 11∼12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5.25∼5.50%로 동결했다. 시장이 기대하는 '피벗' 시점도 당초 9월에서 연말에 가까운 11월 또는 12월로 늦춰지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일러야 4분기, 상황에 따라서는 내년에 인하할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면서 은행들 입장에서는 하반기 업황 개선이 불투명해졌다. 일단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연체율 부담이 커지고 있다. 3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은 0.43%로 전년 동기(0.33%) 대비 0.10%포인트 상승했다. 2월엔 0.43%로 5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당장 훼손된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 은행은 대출 문턱을 높이게 되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황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부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보유한 건설업체 대상 대출채권은 총 20조50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6%(1조9605억원) 늘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2분기 금융지주사의 PF 관련 충당금 규모를 1조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달러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면서 은행권 외환 운용 실적이 추가로 악화될 수도 있다. 이미 1분기 4대 은행의 외환거래는 3017억원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됐다. 환율은 달러당 1300원대가 뉴노멀로 자리 잡았고 연내 금리 인하 횟수도 제한될 것으로 예상돼 하반기에도 원·달러 환율이 현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고금리 상황에서 대출 이자를 낮추라는 금융당국 규제도 은행 수익성을 악화시킨다. 예금금리는 그대로 둔 채 대출금리만 낮추면 은행 실적의 가늠자가 되는 예대금리차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4월 예금은행의 예대금리차는 1.24%포인트로 전월(1.27%)보다 0.03%포인트 축소됐다. 예금금리가 하락했지만 대출금리가 더 크게 하락하며 5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시장금리가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이보다는 일부 은행의 가산금리 조정이 더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날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혼합형)는 3.11~5.56%로 집계됐다. 한 달 전인 5월 13일(3.34~5.77%)보다 하단이 0.23%포인트 떨어졌다. 고정형 대출 비중을 늘리라는 당국 주문에 은행이 가산금리를 내렸기 때문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6월 말까지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은행의 2분기 순이자마진(NIM)은 1분기 대비 0.02~0.03%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과 한국 모두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지연될 것으로 보이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NIM 하락폭은 현 수준보다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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