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첨단 제조업 경쟁 한창인데 韓만 뒷짐...K-산업 '골든타임' 놓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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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24-06-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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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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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들은 첨단 제조업 육성을 위해 1분1초가 급한 상황인데 K-기업들의 우군 역할을 해야 할 국회의 위기 불감증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제22대 국회가 산업지원법안 초기 의제 선점에 실패하고 정쟁에 휘말리면서 한국 기업들이 성장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첨단산업지원법 2건중 1건...직접 지원은 '0건'
23일 아주경제가 국회의안시스템에 등록된 830건의 법안 가운데 기업 및 산업 지원과 관련된 34개 법안을 전수조사한 결과 첨단산업지원법안이 19건으로 전체의 55.9%로 조사됐다. 이어 기업 세제지원 법안이 4건(11.8%), 산업기술 보호 3건(8.8%), 신재생 에너지 지원 1건(2.9%) 등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게임산업, 광고산업, 출판문화 등 기타(20.6%)로 조사됐다.
 
첨단산업지원법안의 대부분은 국가 경쟁력으로 부상한 반도체, AI(인공지능), 항공우주산업, 푸드테크 관련 지원법이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법안'은 정부가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5년 단위로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대통령 소속의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이 골자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반도체 집적회로의 배치설계에 관한 법률개정안'도 반도체 설계자산 기본계획 수립, 전문인력 육성 및 설계재산진흥센터 설립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일본, 중국 등처럼 직접 지원 대신 인재, 기관지정 등 간접지원이 대부분이라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기업 세제지원 법안도 아쉽다는 지적이 많다.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기업부설연구소 등의 연구개발 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국가가 기업부설 연구소의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연구소가 있는 기업은 세금을 감면해주도록 하는 내용이다. 과도한 상속세로 기업의 경영안정성을 위협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안' 3건도 발의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9개국 중 최고 수준인 한국 상속세율을 기존 50%에서 최대 30%로 낮춰 기업이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도심융합복합특구 내에 소재한 중소기업에는 상속세 과세 공제 한도를 두지 않는 내용이다. 그러나 상속세 폐지를 요구해온 재계 주장보다는 후퇴해 경영 활동 위축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문제는 그동안 산업계가 꾸준히 요구한 △국가첨단전략산업에 대한 보조금 확대 및 세액공제액 직접 환급 입법 △미래세대를 위한 노동개혁법안 △첨단제조업 등 국가 인프라 투자 확대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 허용 및 의무휴업 제도 개선 등의 법안은 아직 요원하다는 점이다. 한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국가전략기술 산업은 연구개발(R&D), 시설투자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고, 상업화-설비 투자-생산 등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세제지원 입법이 마련되지 않으면 기업들이 중·장기 투자계획을 세우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국회가 조속한 관련 입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 촉진해야 첨단 제조업 발전 선순환...정부-국회-기업 3박자 맞춰야
반면 세계는 '21세기 석유'로 불리는 반도체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을 확대한 기업에 약 70조원에 달하는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중국 첨단 제조기업을 제재하면서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유럽도 62조원의 반도체 보조금을 기업들에게 직접 지급하면서 반도체 첨단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중국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인 64조원의 반도체 투자기금을 조성했다. 중국 재무부와 공상은행 등 국유은행이 출자자로 참여한 반도체산업 육성 펀드인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은 최근 3440억 위안(약 65조원)에 달하는 3차 펀드 조성을 끝냈다. 이번 펀드는 중국의 첨단산업 육성정책인 '중국제조 2025'에 따른 1차 펀드(26조원·2015년), 2차펀드(38조원·2019년)에 이어 세 번째로, 중국 내 반도체 기업을 직접 지원하는데 활용된다.
 
반면 한국은 재정 투입은커녕 후방 지원을 돕는 입법 추진도 불투명하다. 업계는 산업 발전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선 국회 초기에 주요 입법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우선 반도체 기업은 세제 혜택·인력 양성·설비 인허가 규제 완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은 물론 반도체 소부장 중견·중소기업들은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자동차 기업들은 전기차 캐즘으로 전동화 판매량이 둔화되고 있는 만큼 전기차 보조금 확대, 충전특례요금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동시에 내수시장이 위축되지 않도록 노후차 교체지원과 개별소비세 인하, 전기·수소전기차·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친환경차의 세액 감면 연장 등도 요구하고 있다.
 
반도체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 직접 지원에 천문학적인 자본을 쏟아붓고 있는 주요국들에 비해 한국 지원은 매우 초라한 실정"이라며 "이대로면 한국은 원가경쟁력은 물론 생산 기지까지 전부 빼앗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지금은 기업 투자와 정부 지원, 국회 입법 추진 등 3박자가 모두 맞춰져 시너지를 내야 하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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