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사정부는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총사령관이 22일부터 잠정적으로 대통령직을 겸임한다고 밝혔다. 쿠데타 이후 3년 6개월이 지난 가운데,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에 대한 권력집중이 보다 선명해졌다. 군사정부가 내년에 실시한다고 표명하고 있는 총선시기를 더욱 지연시키면서 독재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받아들이는 시민들이 많다.
2021년 2월 1일의 쿠데타 이후 임시대통령으로 승격된 군부 출신 민 수웨가 ‘건강상 요양’을 이유로 직무를 집행할 수 없다며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에게 임시대통령 직을 양도했다.
임시대통령에게 실질적인 권한은 없으나, 군정을 정당화하기 위한 비상사태선언과 관련한 형식적인 결정권은 있다. 동 선언은 쿠데타와 동시에 발령돼 지금까지 다섯 차례 연장됐다. 이달 말에도 열리는 국방치안위원회(NDSC) 회의에서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은 미얀마군 총사령관 자격으로 정세를 보고한 이후, 임시대통령 자격으로 동 선언의 연장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이번에도 선언 기한이 연장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원래부터 우세했으나, 이 가능성이 보다 농후해졌다. 헌법규정 상 선언 해제 이후 6개월 이내에 선거를 치러야 한다. 이번 일로 선언 해제는 빨라도 내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낙담
최대도시 양곤에 거주하는 한 남성은 NNA에, “권력에 대한 집착을 보여주는 노골적인 사례”라며 낙담했다. 이달 중순까지만 해도 중국의 압력에 따라 선언이 조기에 해제되는거 아니냐는 기대감이 확산됐으나,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이 임시대통령직까지 겸임하게 되자 어떤 형태든 독재가 이어질 우려가 강화되고 있다고 한다.
선언이 해제되면, 쿠데타 이후 출범한 군 최고의사결정기관 ‘국가통치위원회(SAC, 민 아웅 흘라잉 의장)’ 체제에서 총선으로 신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NDSC가 전권을 이어받게 된다. 동 남성은 독재색이 약화되고 각 세력과의 화해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수뇌부 교체가 필수”라고 주장했다.
선거는 수감중인 민주파 지도자 아웅산 수치가 이끌었던 국민민주연맹(NLD)을 배제한 가운데 실시되는 방향으로 조정되고 있어 군 계열의 정당인 연방단결발전당(USDP)에 유리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USDP의 당수는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의 측근이 맡고 있다.
역대정권과 가까운 한 사업가는 지난해, 군정과 독재 간에는 큰 차이가 있으며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에 의한 독재체제가 지속되면 경제혼란이 보다 심각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군부가 정치관여를 이어간다고 해도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각 기관 및 단체의 전문가가 활약할 수 있는 체제로 복귀하지 않는다면 국가는 더욱 피폐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잇따른 ‘건강문제’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은 쿠데타와 함께 민 수웨가 발령한 비상사태선언에 따라 전권을 장악, SAC 의장 자격으로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2021년 8월부터는 총리직도 맡고 있다.
올해 들어 수치 정권에서 부통령을 맡았던 2명이 잇따라 직무를 그만뒀다. 4월에는 헨리 밴 띠오 전 부통령이 ‘건강상의 문제’로 사임했다. 군사정부는 민 수웨 임시대통령의 건강이 얼마나 안좋은지를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시민들 사이에는 군정의 발표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다. 양곤에 거주하는 한 여성은 “‘건강문제’는 군부가 항상 쓰는 수법”이라며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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