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국으로 망명한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의 리일규 참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북한이 핵 협상 재개를 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리 참사는 1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평양의 외교관들이 새로운 협상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북한의 외교관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시나리오에 대비해 제재와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하고 경제 지원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2019년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경험이 없고 무지한 군부에 협상을 맡겼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북한) 외무성이 확실히 힘을 얻어 주도할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4년 동안 북한의 손발을 묶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 참사는 북한이 러시아와의 긴밀한 관계를 통해 미사일 기술과 경제적 도움을 받은 가운데 추가 제재를 차단하고 기존 제재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를 통해 미국에 대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게 리 참사의 설명이다.
그는 “러시아는 불법 거래에 가담해 자신들의 손을 더럽혔고, 덕분에 북한은 제재 해제를 위해 더 이상 미국에 의존할 필요가 없게 됐다”며 “이는 본질적으로 미국의 주요 협상 카드를 빼앗은 셈”이라고 말했다.
또 리 참사는 김 위원장이 북·일정상회담을 개최하고자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납북자 문제에서 양보하는 대신 경제적 지원을 얻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한편 리 참사는 쿠바와 한국의 수교를 막으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이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쿠바와의 관계 수립은 역사적 흐름과 국제 사회의 정상적인 문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모범적인 사례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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