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토지신탁의 책임준공형·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장에서 지난 1년간 시공사 5곳이 부도 처리되고, 신탁사가 시행을 맡은 차입형 사업에서도 미분양이 다수 발생하는 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차입형과 책준형 사업장 등의 난항으로 신탁사 고유자금을 투입하게 되면서 재무부담이 높아지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의 책임준공형 관리형토지신탁 현장인 제주 한경면 청수리 타운하우스 건설 사업은 반년 넘게 멈춰서 있다. 시공을 맡은 세움건설이 지난 1월 회생절차를 신청한 이후 아직까지 대체 시공사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당 시공사는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90일 이상 대금 연체를 여러 차례 반복해왔다.
전남 장성군 장성읍 기산리의 차입형 토지신탁 건설현장도 지난 6월 시공사인 남양건설의 회생신청으로 잠정 중단된 상태이며, 앞서 5월에는 책준형 사업장인 서울 성북구 정릉 주택 건설사업에서 한동건설이 자금난을 못 버티고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지난달 파산선고를 받아 최종 부도 처리된 코리콘건설도 대한토지신탁의 차입형 현장 여러 곳에 시공사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토지신탁 측은 이에 대해 "정릉 주택사업 현장은 최근 대체 시공사를 선정했으며, 제주 현장의 경우 공정이 약 98% 진행됐다. 또 코리콘건설이 참여한 사업장은 대부분 신탁계약이 종료되거나 분양이 완료된 현장"이라고 설명했다.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은 신탁사가 시공사의 신용을 보강하고 기한 내 공사를 완수하도록 책임지는 방식으로, 시공사 채무불이행이 발생하면 신탁사가 대체 시공사를 찾아 완공시키거나 대주단에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대한토지신탁이 주력하는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장의 경우 저조한 분양률에 빨간불이 켜졌다. 차입형 토지신탁은 공정률과 분양률에 따라 신탁사 자금이 투입되는데, 분양이 부진할 경우 신탁계정대를 투입해야 해 부담이 높은 사업 방식이다. 특히 분양시장이 침체된 지방 소도시 현장이 많아 자금 회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이 시행을 맡은 경남 밀양 삼문동 '삼문 시그니처 웰가'는 지난 3월 분양에 나섰으나 아직까지 상당수가 미분양 물량으로 남아있다. 비슷한 시기에 공급한 경북 울진 '후포 오션더캐슬'도 청약 당시 80%가량 미달됐는데 아직 소진하지 못한 상태다. 대한토지신탁이 시행한 평창 스위트엠 엘크루, 경남 고성군 스위트엠 엘크루 등은 시공사 대우조선해양건설이 회생절차에 들어가며 시공사를 교체했으나 저조한 청약 성적으로 수년째 미분양을 안고 있다.
저조한 분양률, 책준형 리스크 등이 발생하며 신탁사 고유계정을 투입하는 신탁계정대 규모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1~6월) 기준 대한토지신탁의 신탁계정대는 8668억원으로, 2022년 상반기(3909억원)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늘었고, 2023년 상반기(5664억원)보다 53%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 14개 신탁사 가운데 KB부동산신탁(8851억원)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신탁계정대 급증으로 재무건전성 지표도 나빠졌다. 올해 2분기 기준 대토신 영업용순자본비율(NCR) 800%로 전년 동기 980%보다 악화했다. NCR은 영업용순자본에서 총 위험액을 나눈 값으로, 이 수치가 하락하면 신탁사의 위험부담이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재무건전성이 양호한 상위 신탁사의 경우 대체로 1000%를 넘는다.
대한토지신탁의 2분기 영업이익은 69억원으로 전년 동기 92억원에서 25% 감소했다. 한국토지신탁(284억원)과 한국자산신탁(248억원), 코람코자산신탁(72억원), 하나자산신탁(503억원) 등 상위권 신탁사와 비교해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토지신탁 사업 리스크가 커지며 대손충당금 규모는 올해 상반기 말 1255억원 규모로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979억원보다 증가했다. 건설 경기 침체가 지속되며 사업장에 투입한 비용에 대한 회수 우려가 커졌음을 뜻한다.
대한토지신탁은 "미분양 사업 현장 영향으로 실적과 재무건전성 지표가 악화한 것은 맞다"며 "내부에서 미분양을 빠른 시일 내 소진하기 위해 촉진 대책을 고민하며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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