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장 52년의 정치 인생 마무리를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횃불이 이어져야 한다고 외치며 자신을 이을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19일(이하 현지시간) CNN, AP 등 외신들에 따르면 바이든은 이날 시카고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개막한 민주당 전당대회의 첫날 밤 마지막 연사로 나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연설은 재임을 5개월가량 남겨둔 바이든의 사실상 고별 연설로, 4분가량 이어진 청중 기립 박수 속에 연단에 오른 바이든은 연설 전 잠시 눈물을 보이는 등 감정에 북받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6월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TV토론회에서 참패 이후 지난달 21일 민주당 대선 후보직을 내려놓은 바이든은 이날 연설에서 "나는 내 일을 사랑한다"면서도 "하지만 나는 내 나라를 더욱 사랑한다"며 사퇴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자신에게 후보 사퇴를 촉구한 이들에게 나쁜 감정이 없다며 "나는 이 나라를 더 사랑하고, 우리는 우리의 민주주의를 보존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바이든은 해리스가 미국의 미래라며 그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바이든은 해리스를 가리켜 "그는 세계 지도자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지도자가 될 것이다. 그는 이미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다"라며 "그는 우리 모두가 자랑스러워하는 대통령이 될 것이고, 미국의 미래를 결정지을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나는 해리스와 월즈 유세를 위한 최고의 자원봉사자가 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또한 바이든은 이날 연설에서 자신의 재임 기간 중 치적을 적극적으로 설파했다. 코로나19 대처, 경제 활성화, 수백만개의 일자리 창출, 약가 인하, 인프라법과 반도체·과학법 및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자신의 성과를 설명한 그는 대통령 재임 기간 중 무엇보다 미국의 기반인 중산층 재건을 위해 노력했다며, 자신이 실행한 법안은 결국 "블루 주(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주)보다 레드 주(공화당 지지 성향이 강한 주)를 위해 더 많은 것을 했다"고 언급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는 4년 동안 매주 인프라 건설을 약속했지만 하나도 안 지었다"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바이든은 자신의 정치 인생을 회고하며 약 50분간의 연설을 마쳤다. 그는 29세의 나이로 처음 상원의원에 당선되었던 시기를 떠올리며 "30세가 채 안 되었기 때문에 상원에 있기에는 너무 젊었던 것을 기억한다"고 말한 후 "지금은 대통령으로 있기에는 너무 늙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 같은 바이든의 고별 연설에 대회장을 채운 민주당 인사들은 "우리는 조(바이든)를 사랑합니다", "감사해요 조"를 외치며 열광적으로 화답했다. 이날 대회장에 깜짝 등장한 해리스는 "우리가 싸우면 이길 것"이라며 승리의 각오를 다졌고,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패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바이든이 백악관의 존엄성을 회복했다며 "이제 우리는 미국 역사의 새로운 장을 쓰고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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