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주를 팔고 제약·바이오주와 이차전지주를 사들이고 있다. 이달 예정된 미국 금리 인하 수혜 기대감이 형성되고 업황 개선 전망이 나오면서 그간 소외됐던 업종이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 5거래일 동안 반도체주를 대거 팔아치웠다. 삼성전자를 9220억원, SK하이닉스를 3380억원어치 순매도했고 한미반도체도 585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제약·바이오와 이차전지 종목들은 사들였다. 이차전지 종목인 LG에너지솔루션을 1230억원, 에코프로비엠을 650억원, 에코프로를 34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포스코퓨처엠, 삼성SDI도 270억원, 22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제약·바이오 업종에선 유한양행을 520억원어치 순매수했고 HLB, 씨젠, 삼성바이오로직스도 220억원, 180억원, 15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외국인 수급 변화로 주가도 오르내렸다. 외국인이 순매도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한미반도체는 지난달 27일 대비 3일 종가 기준 4.35%, 3.83%, 5.65%씩 하락했다. 같은 기간 순매수한 LG에너지솔루션은 9.16%, 에코프로비엠은 2.59% 올랐고 포스코퓨처엠, 삼성SDI도 9.55%, 9.76% 올랐다. 유한양행, HLB, 씨젠은 28.80%, 5.77%, 1.95% 상승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반도체주를 대거 매도하는 배경에는 글로벌 빅테크의 인공지능(AI) 투자 감소 우려, 메모리 수요 감소 전망,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과잉 가능성 문제가 있다.
황지우 SK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반도체 업종에 대한 일부 차익 실현과 경기 둔화로 인한 성장 업종 선호 심리에 힘입어 헬스케어(제약·바이오)와 이차전지 분야에서 반등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차전지와 제약·바이오 업종은 공통적으로 미국 금리 인하 수혜 기대와 업황 개선 전망이 형성된 영역이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쪽으로 쏠렸던 수급이 분산되면서 그 대안 중 하나로 이차전지가 주목받고 있다"며 "유럽연합의 2025년 이산화탄소 배출 목표 강화,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던 수급의 유입 등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한승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헬스케어 분야는 이미 금리 인하 기대감이 부각되며 7월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며 "국내 제약·바이오 업종은 올해 하반기부터 금리 인하에 더해 개발·생산·판매 등 고른 펀더멘털 개선을 핵심으로 한 새로운 중장기 성장 구간에 진입하고 있다"며 유망하다고 봤다.
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6.37포인트(0.61%) 하락한 2664.63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소폭 오르면서 출발한 지수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에 하락 전환됐다. 개인이 5131억원어치 순매수하는 동안 외국인이 2909억원, 기관이 2412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8.84포인트(1.15%) 하락한 760.37으로 마감했다. 개인이 1653억원어치 순매수했으며 외국인과 기관이 580억원, 989억원어치 순매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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