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를 기록하면서 정부는 물가 안정 목표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공감을 하지 못하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과일·채소류가 여전히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숫자 뒤에 숨은 이면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9일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0%로 나타났다. 2021년 3월 1.9%를 기록한 뒤 3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국은행 물가 안정 목표치인 2%에 도달하자 정부는 '물가 안정'이라고 자평했다.
물가가 3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발표가 무색하게 가계는 체감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지금까지 고물가가 누적된 데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를 기준으로 삼다 보니 2%대라 하더라도 소비자들에게는 크게 와 닿지 않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예를 들어 통계청에서 상승률과 함께 공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를 보면 지난달 114.54(2020=100)를 기록했다. 즉 2020년 8월 물가를 100으로 봤을 때 올해 8월 물가가 14.54% 올랐다는 의미다.
또 소비자가 자주 구매하는 물품들이 크게 오른 점도 한몫한다. 흔히 '밥상 물가'로 통하는 신선식품지수가 작년 동월 대비 3.2% 올랐고 사과(17.0%)나 배(120.3%) 같은 일부 품목은 여전히 높은 가격 상승률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정에서 빈번하게 구매하는 물품이 먹거리인데, 이 먹거리가 오르다 보니 물가가 내렸다는 느낌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2%라는 수치는 숫자로만 보면 낮아 보이지만 과거부터 물가가 이미 크게 오른 데다 전년 대비 상승률이기에 소비자들에게는 2%라는 숫자가 와 닿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물가지수에 자가주거비(본인 소유 주택을 주거 목적으로 사용해 얻는 서비스에 대한 지불 비용)를 포함하면 수치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과 일본에서는 소비자물가지수에 자가주거비를 반영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포함돼 있지 않다"며 "의식주에서 주(住)가 빠져 있다 보니 실제와 괴리가 큰 것"이라며 "자가주거비를 소비자물가에 포함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금보다는 높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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