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 일주일 만에 주요 은행의 가계대출 상승폭이 크게 줄었다. 하지만 증가액은 1조원을 웃돌며 절대적 수치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신용대출도 상승세가 꺾이지 않으며 가계대출 규제가 약한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 등으로 '풍선효과'가 커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9일까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27조177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달 들어서만 1조533억원 늘었다. 해당 기간 일일 증가폭은 1505억원으로 지난달 하루 증가액 3105억원보다 약 52% 줄었다. 앞서 지난달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9조6259억원 증가하며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6년 1월 이후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바 있다.
그간 가계대출 상승세를 주도해온 주택담보대출 역시 증가폭이 줄었다. 이달 2일부터 9일까지 5대 은행 주담대 잔액은 569조150억원에서 570조1167억원으로 1조1017억원 늘었다. 일일 증가폭은 1574억원으로 8월(2875억원)보다 1301억원 적다. 그만큼 주담대를 신청하는 수요가 큰 폭으로 줄었다는 의미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폭이 줄어든 건 지난 2일 시행한 2단계 스트레스 DSR 영향이 컸다. 당국은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억제하기 위해 지난 2월 은행권 주담대에만 스트레스 DSR을 적용한 1단계에 이어 이달부터 은행권 신용대출과 2금융권 주담대로 규제를 확대 적용했다.
은행의 수도권 주담대에는 1.2%포인트(p), 나머지 대출엔 0.75%p의 가산금리가 붙으면서 차주의 대출 한도가 자연스럽게 줄었다. 특히 최근 은행권에서 유주택자에 대해 주담대 취급을 중단하거나 제한하는 조치까지 시행하며 수요가 더 크게 감소했다.
다만 여전히 가계대출의 일일 증가폭은 절대적인 규모를 유지하고 있어 DSR 규제만으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수요를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실제 5대 은행의 신용대출은 지난달 30일 103조4562억원에서 지난 9일 103조9972억원으로 4510억원 늘었다.
영끌 수요는 가계대출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한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 보험사 등으로 옮겨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iM뱅크가 금융권 최저 수준인 연 3.25%의 금리를 제공하자 주담대 수요가 급증했고 지난 4일 금리를 0.6%p 올리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섰다. 한화생명은 보험사로서는 이례적으로 9월 주담대 물량이 나흘 만에 조기 소진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2단계 스트레스 DSR과 함께 5대 은행이 가계대출 방침을 강화해 대출 수요가 다른 곳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주담대 물량이 남은 지방은행이나 인터넷전문은행 등의 가계대출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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