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서울 아파트 값 상승세와 거래가 주춤하고 있다. 다만 같은 서울에서도 선호 지역과 단지에 따라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는 등 집값 양극화 현상은 뚜렷해지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대출 규제가 일부 고가 지역의 ‘대세 상승’ 흐름을 뒤집기는 어렵다며 고가 아파트가 아닌 중저가 구축 아파트에서 수요 억제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똘똘한 한 채' 열풍에 심화되고 있는 주택시장 양극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1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둘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 값은 전주보다 0.21% 올랐지만 8월 셋째 주 이후 3주 연속 상승 폭 축소 흐름을 보였다. 8월 둘째 주에 0.32% 상승을 나타내며 5년 11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숨 고르기에 접어든 모습이다.
지난 7월 8816건으로 4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치솟았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시중은행이 주택담보대출금리를 올린 8월부터 고개가 꺾였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를 보면 8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이날 기준 4887건으로, 신고 기한이 이달 말까지인 점을 감안해도 7월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금액 역시 7월 12억2616만원에서 8월엔 11억5169만원으로 평균 7447만원 낮아졌다.
그러나 상급지로 평가되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은 서울 평균을 웃도는 상승률로 ‘불장’의 진원지임을 보여준다. 성동구(0.43%)가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은 상승을 기록했고, 서초구(0.41%), 광진구(0.32%), 송파구(0.31%), 강남구(0.30%), 마포구(0.30%), 용산구(0.26%) 등 순으로 높았다.
이들 지역에선 신고가도 속출하고 있다. 서초구에서는 7월 아파트 매매거래 중 신고가 거래가 34%에 달했고, 8월에도 32%에 이를 정도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2일 60억원에 손바뀜되면서 한 달 전 최고가(55억원)를 넘어섰다. ‘국평’ 아파트 가운데 역대 최고가다. 강남구 대치동에서도 ‘래미안 대치팰리스’ 전용면적 84㎡가 직전 최고가보다 3억원 높은 36억원에 거래됐다.
반면 지난달 28일 거래된 도봉구 쌍문동 ‘현대1차 아파트’ 전용 84㎡는 3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서울 시내 같은 면적대 아파트인데도 가격이 16배 이상 벌어진 것이다.
고가 아파트와 저가 아파트 간 격차도 역대 최대 수준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상위 20% 가격(25억7759만원)을 하위 20% 가격(4억8873만원)으로 나눈 값인 5분위 배율은 5.27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다. 이 배율이 높을수록 가격 격차가 심하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똘똘한 한 채’ 선호 경향이 양극화를 부추기는 상황에서 대출 규제 강화가 이를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대출 규제가 실수요자인 서민들 자금줄만 조여 서울 외곽 지역, 중저가 아파트 시장을 중심으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대출 규제를 통해 주택 매수세가 일시적으로 진정되는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결국 대출 의존도가 높은 저소득 실수요층의 주택 매수만 제한하는 꼴"이라며 "고가 주택보다는 중저가 주택에서 대출 제한 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 규제 효과는 크지 않고 오히려 집값 양극화만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대출 규제로 인해 수요자도 자산 상승이 될 것 같은 지역과 희소성이 부각되는 지역에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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