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문학상은 한국 소설가 한강에게 돌아갔다. 지금까지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121명이 이르지만, 한국인 수상은 처음이다. 아시아 여성 수상자도 최초다.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은 지난 2000년 평화상을 받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스웨덴 한림원 노벨상위원회는 10일(현지시간) 한국 소설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고 발표했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1100만 크로나(약 13억4000만원)와 메달, 증서가 주어진다.
이날 스웨덴 한림원은 수상 이유로 한강 작가의 ‘강렬한 시적 산문’을 꼽았다. 한림원은 “한강은 자신의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했다”며 “신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고리에 관한 독특한 인식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고 덧붙였다.
영국 로이터 통신은 “한강은 저명한 소설가(한승원)를 아버지로 둔 문학적 배경을 갖고 있다”며 “글쓰기와 더불어 미술과 음악에도 심취해 있으며, 이는 그의 문학 작품 전반에 반영돼 있다”고 보도했다.
한강은 1970년도에 태어나 연세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나왔다.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며 소설가로서의 이력도 함께 시작했다.
장편소설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등을 펴냈다. 소설집으로는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노랑무늬영원', 시집으로는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등이 있다.
한강은 2016년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을 수상한 바 있다. 채식주의자는 2004년 계간 ‘창작과비평’에 연재된 소설로, 연작을 모아 2007년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한강의 세 번째 장편소설이다. 영문판은 데버러 스미스의 번역으로 2015년 1월 영국 포르토벨로 출판사에서 ‘더 베지터리언’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해외 40여개국에 판권이 팔렸다.
소설은 주인공과 남편, 형부, 언니 등 3명의 관찰자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주인공 여자가 폭력을 거부하기 위해 육식을 멀리하고,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이야기다.
2023년에는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 외국문학상’도 수상했다. 부커상에 이은 또 한 번의 ‘한국인 최초’ 타이틀이다. 이 작품은 제주 4·3사건의 비극을 여성들의 시각으로 바라본 작품으로 문학성과 주제 의식이 절정에 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프랑스에서 번역돼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만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동리문학상, 이상문학상, 오늘의 젊은예술가상, 한국소설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한강의 이번 수상으로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의 주류로 편입됐다는 평가를 함께 얻게 됐다.
한편, 노벨문학상 역대 수상자들의 국적은 프랑스가 16명으로 가장 많다. 이어 미국 13명, 영국 12명, 스웨덴 8명, 독일 8명 등 수상자 대부분이 미국, 유럽 국적자였다.
아시아 국가 국적의 작가가 수상한 것은 이번이 2012년 중국 작가 모옌 이후 12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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