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은 세계 기술패권 전쟁 중이다. 특히 핵심 기술인 AI에선 미·중이 양강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2022년 말 오픈AI의 'ChatGPT' 발표 이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이 대거 뛰어들면서 미국이 인공지능의 핵심인 생성 AI를 주도하는 느낌이다. 중국은 생성 AI 분야에서 현재 어떻게 하고 있을까.
우선 중국 의견은 현재는 미국의 선제공격으로 밀리고 있지만 반격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다는 게 주류다. 특히 중국 정부의 초강력 육성책에 따라 독자적 기술 개발과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어서 미국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기술이나 시장의 성장성이 크다는 평가다. 예컨대 중국의 생성형 AI 모델은 2021년만 해도 3개에 불과했으나 2024년 상반기 기준 40개 이상으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 구축되고 있는 중국의 독자적인 생성 AI 생태계를 살펴보자. 전문가들은 기존의 민관 협력모델에 대학과 연구소 등 학계도 적극 참여하는, 소위 민관학(民官學) 협력모델을 핵심으로 보고 있다. 빅테크로는 BATH, 벤처기업으론 상탕(商湯), iFLYTEK, 청두이윈커즈(成都醫雲科技) 등이 참여하고 있고, 대학·연구기관으로는 칭화대, 푸단대, 무한대와 즈위안(智源)연구원, 중커위안(中科院) 자동화연구소 등이 뛰어들고 있다.
첫째, 에코시스템(생태계) 구축형이다. 자사 서비스와의 융합 관점에서 자사에 우위가 있는 분야에 우선 에코시스템을 만들고 다른 업계와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 범용 AI 플랫폼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다. 검색엔진 빅테크인 바이두가 여타 산업 및 기업과 에코시스템을 공동 개발한다든지, 알리바바가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참여하는 기업들과 에코시스템을 공동 설립하는 방안 등이 대표적 사례다.
둘째는 인프라 건설형으로, 베이징 즈위안인공지능연구원이 대표 사례다. 개발한 생성 AI 모델인 우다오(悟道)를 오픈소스화해 중소기업 개발을 지원할 방침으로 만들었다. 미국의 대(對)중국 고성능 칩 수출규제에 대한 대항마로 중국의 독자 개발과 중국산 칩의 채용 비율을 높이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셋째, 특정 업계를 위한 업계 특화형 AI 모델이다. 대형 플랫폼 AI모델과의 차별화가 특징으로, 음성인식 AI의 첨단기업인 iFLYTEK, 중국 최초의 의료 AI모델을 발표한 청두이윈커즈(成都醫雲科技)가 대표적이다.
성장성에 대한 기대는 어떤가. 중국 내 전문가들은 중국의 생성 AI 시장 규모가 2022년 50억 위안(약 9000억원)에서 2025년 800억 위안(약 14조4000억원), 2026년엔 1700억 위안(약 30조6000억원)으로 급성장할 거로 보고 있다. 성장률로만 보면 2022~2026년 연평균 300% 이상이다. 성장 기대감이 큰 이유는 뭔가. 무엇보다 강력한 민관 협력을 꼽는다. 시장에선 2015년 중국 정부 주도의 '천망(天網)' 계획과 2016년 바이두의 '대뇌 프로젝트'를 그 시발점으로 보고 있다. 2017년 7월에는 ‘2030년까지 중국 AI를 세계 톱으로 올려 놓겠다’는 AI 2030전략에 의해 국가 최우선 정책으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민간 부문의 치열한 경쟁과 민관학의 협력도 핵심 요인 중 하나다. BATH(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와 같은 빅테크들이 방대한 빅데이터를 기초로 1~2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데다 발군의 AI 기술 벤처들의 탄생도 빼놓을 수 없다. 예컨대 생성 AI 신생기업인 01.AI는 설립 8개월 만에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사)이 됐는데, 이들의 생성 AI모델인 'Yi-34B'는 메타(구 페이스북)의 '라마2'모델보다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표 1> 중국 생성 AI 산업의 구조와 주요 내용
기업명 | 기업 소개 | 모델명 | 발표 시기 | 주요 내용 | |
에코시스템 구축형 |
알리바바 | 설립 : 1999년 리딩영역 : EC, 결제, 클라우드서비스 |
通義千問 | 2023.4.7 | 자사서비스와 융합 소비자만족도 제고 음성과 애니메이션을 리얼타임으로 제공 |
바이두 | 설립 : 2000년 리딩영역 : 검색, AI |
文心一言 |
2023.3.16 | 단기간에 처리능력 대폭 향상 | |
인프라 건설형 | 베이징 즈위엔 AI연구원 | 설립 : 2018년 업무영역 : AI개발과 응용 |
우다오 (悟道) |
2021.3.20 | 오픈소스로 중소기업 지원 |
업계 특화형 | iFLYTEK | 설립 : 1999년 리딩영역 : 음성 및 자연어, 기계번영 |
星火認知 | 2023.5.6 | 빠른 업그레이드 속도 텍스트생성, 수학능력에 있어 챗GPT수준이라고 발표 |
成都醫雲科技 | 설립 : 2014년 리딩영역 : O2O의료서비스 |
MedGPT | 2023.5.25 | 중국 최초의 의료업계 생성AI모델 |
그럼 글로벌 전문가들은 중국의 생성 AI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우선 중국이 독자적 기술 개발과 시장 구축 능력을 갖췄고, 고속 성장을 할 거라는 점에 대해선 거의 이론(異論)이 없는 듯하다. 다만 미·중 기술 격차에 대해선 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 부회장처럼 1년 이내의 갭이라는 일부 의견도 있지만 대다수 업계와 학계에선 아직 2년가량 갭이 있다는 의견이다. 예컨대 중국 바이두의 생성 AI모델 ‘어니봇’의 파라미터 수가 2600억개 이상이라고 하지만 미국 오픈AI의 ChatGPT 4.0의 파라미터 수 100조개와는 수백 배 차이가 난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생성 AI가 아닌 좀 더 구체적인 분야로 나눠보면 상황은 또 달라진다. 미국이 모든 분야에서 우위에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자료(‘테크 42’)에 의하면 머신러닝과 딥러닝, 로보틱스에선 미국이 우위지만 컴퓨터비전, 특히 안면인식 분야에선 중국이 우위다. 중국의 센스타임이나 메그비 등이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특정 인물을 순식간에 찾아내는 기술을 이미 상용화하고 있다. 또 자연어 처리에서도 전 세계를 강타한 ChatGPT 모델에서 봤듯이 전체적으론 미국이 우위다. 하지만 중국어 처리에 있어선 바이두의 어니봇 모델 등 중국이 강세를 보이고 있단 평가다. 즉, 전체적으로 미국이 우세하지만 중국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고, 특정 분야는 중국이 강하단 얘기다.
관심은 미래 전망이다. 전체적인 AI 전쟁에서 미국과 중국 중 누가 이길까. 시장에선 의견이 갈린다. 미국이 이길 거로 보는 분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꼽고 있다.
첫째, 첨단 반도체 기술 우위다. 미국은 AI 학습에 필수적인 첨단 반도체 칩 기술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NVIDIA)가 생산하는 고성능 AI 칩은 AI 개발에 핵심인데, 이와 관련한 규제로 중국 추격에 제동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민간 투자 규모다. 2013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의 AI 관련 민간 투자 규모는 3352억 달러로, 중국의 1037억 달러를 3배 이상 앞서고 있다. 이는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글로벌 IT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에 기인한다.
셋째, 우수 인재 확보다. 상위 20% AI 연구자 중 미국 기관에서 활동하는 비중이 2019년 27% 에서 2022년 38%로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넷째, 개방적 혁신 환경이다. 미국은 시장 주도 혁신이어서 AI 생태계가 중국 대비 역동적이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기술로 연결할 수 있다. 반면 중국은 혁신적이라 해도 정부 검열에 걸리면 진행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거로 보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첫째, 중국 정부가 AI 육성을 국가 최우선 전략으로 채택한 점을 꼽는다. 2017년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AI 분야 세계 1위 국가가 되겠다는 목표를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중국은 목표를 정하면 무조건 달성해야 하는 지상과제다. 2030년까지 향후 6년간 10조 위안(약 1900조원) 이상 투자한단 계획도 나왔다.
둘째, 데이터 우위다. 14억 인구에서 생성되는 방대한 데이터는 중국 AI기업들에 큰 경쟁력인 데다 사회 특성상 개인정보 보호에 민감하지 않아 미국보다 빅데이터 구축과 활용에서 유리하다는 의견이다.
셋째, 미국 대비 AI 논문과 특허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UN 보고서에 따르면 2017~2022년 AI 논문 수를 보면 중국이 23만4039건으로 미국 17만2621건을 크게 상회하고 있고, 생성 AI 관련 특허 출원도 지난 10년간 3만8000건 이상으로 미국 6276건의 6배 이상이다.
넷째, 중국은 기초·원천 기술 면에서 미국과 경쟁하는 한편 응응 기술을 다양한 산업과 연결하여 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단 점이다. 또 이를 담보하기 위해 중국 내외의 시장 창출을 위한 AI 표준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최근 2026년까지 50개 국가표준 확립을 발표한 바 있다. 이 밖에 이들은 AI 인력도 중국의 강점이라고 본다. 현재 AI 인력 유치는 미국이 앞서지만 고급 AI 인재의 배출 면에서 미·중 격차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세계 최고 수준(상위 20%)의 AI 연구원을 2019년엔 중국이 29%, 미국이 20% 배출했으나 2022년엔 중국 47%, 미국 18%로 갭이 더 벌어졌다. 참고로 중국의 AI 관련 대학생은 미국의 3배라고 한다.
그럼 어떤 의견이 맞을까. 나름 다 일리 있는 의견들이란 생각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상당 기간 치열한 경쟁을 벌이겠지만 중장기적으론 중국이 우위인 영역이 점점 커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선 AI 경쟁력의 핵심인 데이터에 있어 현재 미국이 많은 국가에서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지만 갈수록 국가 간 데이터 주권 이슈가 커질 것이기 때문에 인구가 중국의 5분의 1인 미국의 경우 어려움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본다.
둘째, 또 AI의 경쟁력도 결국 국가 간에 정보 비대칭인 첨단 기술의 경쟁력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그런 점에서 지난 8월 호주 싱크탱크인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가 발표한 '핵심기술 추적지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3~2007년엔 64개 분야 중 60개를 미국이 선두였지만 2019~2023년엔 중국이 57개 분야에서 1위, 미국은 불과 7개 분야만 1위였기 때문이다. 그만큼 향후 구체적 기술 관련 AI로 가면 중국의 경쟁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셋째, 또 하나는 시장 확보 측면이다. 아무리 뛰어난 AI 기술이라도 시장이 취약하면 투자자금 부족으로 지속적인 기술 개발·혁신이 어렵다. 중국은 국가전략 차원에서 자국 AI 기술을 거의 전 산업에 활용하도록 하고 있고, 표준을 만들어 자국 시장 보호는 물론 수출 확대도 넘보고 있다. 특히 AI가 현재의 B2B 단계를 지나 결국 B2C 단계로 넘어간다고 보면 기술력 외에 가격이 더욱 중요해질 텐데, 그 점에서도 중국의 강점이 크단 생각이다.
아무튼 미·중의 AI 전쟁에 따른 경쟁 구도가 어떻게 바뀔지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구조가 바뀔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보면 시나리오에 따라 보다 전향적이고 다양한 정책 개발을 적극 강구할 필요가 있다.
정유신 필자 주요 이력
▷전 신한금융투자 부사장 ▷전 한국벤처투자 대표이사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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