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계의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해 지난 해 처음으로 부채가 연소득보다 많은 상태가 됐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21일 보도했다. 닛케이는 30대 등 젊은 세대의 부채가 증가하는 데다 상환 중 금리가 변하는 변동형 이용자가 많아 가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총무성의 '가계조사'(2인 이상 가구)에 따르면 평균 부채액은 2023년에 655만엔(약 6000만원)으로 연소득 평균 642만엔(약 5900만원)을 넘어섰다. 이는 조사가 시작된 2002년 이후 처음이다. 특히 부채의 약 90%는 주택담보대출 등 '주택·토지를 위한 부채'가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의 호시노 다쿠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닛케이에 “임금 인상액을 웃도는 속도로 주택가격이 상승하면서 주택담보 대출액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최근 약 76.9%가 상환 중 금리가 바뀌는 변동형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가 팽창하고 있는 상당수 가계가 금리 리스크를 떠안고 있는 것이다.
반면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이들의 비율은 낮은 수준이다. 주택금융공사가 지난 5월 변동형 이용자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상환액 증가에 대한 대응책을 묻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응답이 23.1%에 달했다. 저축이나 생활비를 줄이겠다는 응답도 많았지만 물가 상승 속에서 실효성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임금인상을 동반한 물가상승이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면 일본은행(BOJ)이 7월에 이어 한 단계 더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닛케이는 “부채보다 저축이 많은 고령층 가구 등을 고려하면 금리 인상은 가계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지만 30대 등에게는 부정적 효과가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2023년 가계조사에 따르면 30대 가구의 부채는 연소득의 약 2.7배, 저축의 약 2.3배에 달한다. 전 세대를 통틀어 최고 수준이다.
앞서 이달 1일 일본 대형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를 일제히 올렸다. 미쓰비시UFJ은행,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미즈호은행은 이날부터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를 기존 2.475%에서 2.625%로 0.15%포인트 올렸다.
대형 은행이 변동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약 17년 만으로, 아사히신문 등 일본 매체는 내년 1월 이후 인상된 금리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BOJ는 올해 3월 기준금리를 올려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한 데 이어 7월에도 금리를 0∼0.1%에서 0.25% 정도로 인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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