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에서 기반시설공사를 맡은 시공사와 조합이 추가공사비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해 또다시 공사가 중단되면서 반복되는 공사비 갈등에 대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2일 건설 관련 전문가들은 공사비 갈등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갈등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갈등이 생겼을 때 이를 빠르게 조치할 수 있는 법안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공사비 갈등 문제 해결을 위해 '8·8 부동산 대책'에 공사비 관리 방안을 담았지만 현장에선 역부족이라는 이유에서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사비 검증을 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시스템적으로 공사비를 검증할 수 있는 틀을 짜두는 것이 중요하다"며 "공사비 갈등은 책정된 공사비에 대한 신뢰성이 부족해서 나타나기 때문에 객관적인 자료를 마련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관련 입법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는 1000가구 이상의 사업장에 공사비 갈등이 발생할 경우 현장의 갈등을 조율할 수 있는 전문가 파견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지난 8월 발표했다. 정부의 방안대로라면 도시분쟁조정위원회가 둔촌주공의 공사비 갈등을 심사 및 조정했어야 하지만 정부 방안은 '재건축·재개발 촉진법' 통과를 전제로 하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촉진법'은 지난달 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회부돼 상정 대기 상태다.
국토부 관계자는 "분쟁조정위원회에서 공사비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상임위 상정 대기 중이어서 둔촌주공 갈등 사례에 적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촉진법 외에 공사비 갈등에서 핵심이 되는 물가변동에 대한 기준을 담은 입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 배제특약과 관련한 갈등이 반복되는 데다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이 폭넓게 인정될 수 있는 법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영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미래산업정책실장은 "정부가 발의한 법안 외에도 건설산업기본법에 관련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본다"며 "정부가 좀더 적극적으로 발주자에게 의무를 부여하거나 일방의 희생만을 강요하지 않는 수준 내에서 불필요한 다툼을 막을 수 있는 입법적인 대안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기준 관련 내용을 담은 법안은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일부개정법률안'뿐이다.
정부가 매월 발표하고 있는 건설공사비지수와 건축비 상승률을 적용해 협상할 수 있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제도가 도입되면 시공사와 조합 모두 공사비 변동을 인정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는 것이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공사와 조합 간의 계약은 사인 간의 계약”이라며 “사인 간의 계약에서 변동이 생겼을 때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공사비 변동과 관련된 계약에는 건축비 도매물가 상승률을 적용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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